|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서자바주 카라왕에선 동남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5~6년 안에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자바 공장은 2026년 말까지 연간 6.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초기 생산 능력을 갖추고, 향후 최대 15GWh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프라보워 대통령과 함께 기공식에 참석한 바릴 라하달리아 에너지부 장관은 "태양광 패널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까지 더해지면 총생산 능력은 40GWh에 이를 수 있다"며 "계속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인 인도네시아 배터리공사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과 손잡고 EV 배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자바에는 12억 달러(약 1조 6301억원), 할마헤라에는 47억 달러(약 6조 3845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메가 프로젝트로,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기업 안탐(ANTAM)과 중국의 저장화유코발트 등도 참여한다.
동부 할마헤라에는 니켈 채굴·제련·배터리 핵심 부품인 양극재 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수도 자카르타 인근인 서자바에는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중국과, 자원을 무기로 산업 고도화를 꾀하는 인도네시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일종의 연합을 형성한 모양새다.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이자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2020년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연간 약 6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허브'를 꿈꾸는 인도네시아의 화려한 기공식 뒤에는 환경 단체들의 깊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제기후권리(CRI)·그린피스 인도네시아 등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환경 보호 장치 없이 모호한 경제 성장을 좇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니켈 채굴·제련이 집중될 할마헤라섬의 환경 파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원시의 자연을 자랑했던 이 섬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 광산인 웨다베이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이달 초 CRI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광산 주변의 환경 파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