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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스라엘-이란 사태가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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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29. 17:50

주은식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은 국제정세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란의 핵개발 저지 명분으로 장거리 타격을 계획하였는데 차남의 결혼식을 위해 휴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완전히 벗어나 전략적 기습 공격을 단행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의 핵협상이 지지부진하자 2주간의 말미를 주고 바로 이틀 후 B2폭격기를 동원해 벙커버스터를 14발 퍼부었고 이란은 저항이 불가능해지자 휴전을 택했다. 트럼프는 만약 이란이 핵개발을 계속한다면 재차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휴전이지만 휴전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의 헨리 워턴(Henry Wotton)경은 "(각국에 파견되는) 대사는 조국의 이익을 위해 해외에서 거짓말을 하러 가는 정직한 사람이다(An Ambassador is an honest gentleman, to lie Abroad for the good of his Country)"라고 일갈했다. 여기에서 대사 대신 정치가를 바꾸어 넣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미어샤이머 교수는 '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책에서 지도자의 거짓말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설파하고 있다.

◇ 중동 전략질서의 전환과 국제법적 대응

2024년 4월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본토 간 직접 공격은 중동 안보질서에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이란이 '진정한 약속 작전'으로 이스라엘을 타격하자, 이스라엘은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이란 핵시설 및 탄도미사일 기지를 기습 공격했다. 이 충돌은 역사상 처음으로 상대방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이란은 국제법상 선전포고를 하지 않고 무력 대응을 감행했다. 유엔 헌장 51조에 근거한 '자위권' 명분을 내세워 전면전 확대를 피하고, 미국 등 외부 개입을 억제하려는 전략적 고려였다. 이란 내부적으로도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누적된 상황에서 선전포고는 대규모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는 부담이었다. 그러한 이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란 핵시설폭격에 가담하는 전략적 선택을 단행했고 일단 성공했다. 특히 이란은 직접 군대 투입보다 미사일, 드론, 대리 세력을 활용한 비정규전을 선호했다.

헤즈볼라, 후티와 같은 친(親)이란 세력의 지원을 통해 간접 공격을 감행하는 방식은 이란이 장기적으로 구축해 온 하이브리드 전략의 일환이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위협까지 포함해 다층 방어망(아이언돔, 다비드 슬링 등)을 운영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요격체계의 한계를 노출하며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아이언돔이 순차적인 미사일 공격에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으나 극초음속 미사일 다중 공격에는 허점이 발견되었다.

◇ 국제정치·경제 지형에 미치는 파장

이번 충돌은 단순한 양국 간 분쟁을 넘어, 국제정치와 경제구조 전반에 걸쳐 연쇄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이란의 핵개발은 미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격 이후 한층 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IAEA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이미 9발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약 407kg 전후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했으며,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즉 이스라엘이 폭격을 감행하기 전에 이를 다른 장소에 옮겨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작전에 대해 공식적으로 군사개입은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정보 및 기술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한 정황과 B2폭격기로 벙커버스터를 동원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중동에 주둔 중인 자국 군대의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유럽·NATO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란은 확전을 방지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대응 미사일을 발사는 하였지만 사전 통보하여 사태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는 확전될 경우 이란 지도부의 완전한 괴멸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유럽 주요국의 입장도 분열되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강경 입장을 견지했지만, 독일·영국은 외교적 중재를 우선시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부정적 입장을 표방하면서, 중동 내 반미·반서방 진영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라크의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였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중동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고집을 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동 원유 수출과 유가 안정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란과 사우디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불안 심리가 국제 원유시장에 불확실성을 확대했고, 원유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갔다. 후티반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지 모른다는 소식만으로 이미 원유가격은 큰 폭으로 치솟았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저해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한국 안보 및 글로벌 전략적 합의

이번 사태는 한국의 안보 전략과 군사 대비 태세에도 중요한 함의를 준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드론기술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사례처럼 집중적인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비할 통합 방공 및 요격 체계 강화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이스라엘은 다층 방어 체계를 구축했음에도 다중 공격에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은 현재 패트리엇, 천궁, L-SAM 등 다층 요격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 대량 공격 시 충분한 대응여부는 미지수다. 따라서 정밀 요격 기술과 전자전, 사이버전 대비능력을 포함한 종합 방어능력 강화가 절실하다. 또한 이번 사태는 핵확산방지체제(NPT)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약화시켰다. 이란이 향후 NPT 탈퇴를 선언할 경우, 북한 등 다른 국가의 핵무장 의지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의 공조 및 확장억제 전략의 실효성 확보가 더욱 중요한 전략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NATO 회원국의 방위비 5% 증액을 강력히 주장하였고 나토 회원국들은 5% 지출을 약속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협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압박, 이란 핵개발 지연, 중국의 원유수입 제약 등과 맞물려 세계 전략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 이스라엘-이란 사태 파장의 대비책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본토 직접 충돌은 중동을 넘어 세계전략질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의 선전포고 회피는 정치·경제·전략적 리스크 관리의 복합 산물이며, 국제사회는 이를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만 간주할 수 없다. 한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기습공격 및 초정밀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확장억제 및 국제협력을 재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및 공급망의 변동성에도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이스라엘-이란 사태는 한 국가의 전략적 결단이 국제정세 전체에 어떻게 파급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서, 우리 모두에게 '힘의 논리'와 '전략적 억제'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워주고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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