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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묻지마 살인·폭행’, 개인 문제로 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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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07. 00:00

6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자도로에 국화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날인 전날 오전 살인 혐의 등을 받는 모(24) 씨가 휘두른 흉기에 여고생과 남고생이 찔려 숨지거나 다쳤다. /연합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볼만한 강력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 우리 사회에 또다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5일 새벽 도심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남녀 고등학생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여고생을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범행 11시간여 만에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경찰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스스로 생을 마치려고 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인 피해 여학생을 보고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함께 흉기에 찔린 남학생은 이들과 일면식도 없는데 비명을 듣고 달려가 도우려다 피해자가 됐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우연히 그 시간대에 범행 장소를 지나갔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점에서 묻지마 범죄, 즉 '이상동기 범죄' 유형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4일 대낮 인천 부평구의 한 공원에서 60대 남성이 전혀 모르는 2살 아이를 다짜고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공원에서 놀던 아이의 뒤통수를 범인이 힘껏 내리쳐 아이가 바닥에 쓰러져 이마를 다쳤다. 이를 목격한 아이 아버지는 아이의 두 발이 지면에서 10㎝가량 붕 뜨며 튕겨 올라갈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증언했다. 범인은 도망가려다 아이 아버지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지만, 경찰은 신원확인 뒤 귀가시켰다고 한다.

이런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국민 공포감이 급상승하게 된다. '세상 무서워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나아가 '아이 키우는 게 겁이 난다'는 두려움마저 심어줘 결국 저출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치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안전하다는 인식이나 행복감도 저하되기 마련이다. 묻지마 범죄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절대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를 '개인의 일탈'보다는 '사회의 질병'으로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잠재적인 가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그중 하나다. 이런 과정은 범죄의 원인을 객관적, 심층적으로 분석해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대응이 범인 개인의 책임을 덜어주려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런 범죄 빈발이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에게 견디기 힘든 환경이 조성돼 있고, 우리 사회가 이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으므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논리로 비약하는 건 옳지 않다. 사법부는 최근 판결에서 "사회적 배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타인의 생명을 해칠 권리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범죄를 가장 먼저 접하는 경찰은 잔인하고 황당한 범죄에는 관용은 없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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