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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와 AP통신에 따르면 태국 수도 방콕에선 전날 2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패통탄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폭우에도 불구하고 모인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며 "웅잉(패통탄 총리의 별명) 나가!"를 외쳤다.
로이터통신은 민족주의 단체가 조직한 이날 시위가 2023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 보도했다. 해당 단체는 패통탄 행정부와 의회가 "민주주의와 입헌군주제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연립정부의 나머지 파트너 정당들은 즉각 연정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파타나왓 아람룽(73)은 로이터통신에 "총리가 자국 군 사령관에 대해 한 발언과 훈센 상원의장을 기쁘게 하려는 듯한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며 이전에 군사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던 것도 "부패 해결이나 국가 운영 측면에선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낮부터 진행된 이날 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오후 9시 30분께 종료됐다. 시위대는 "총리가 퇴진하지 않고 권력에 집착한다면 시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수도 방콕에서 약 2만명이 운집한 이번 반정부 시위로 국경분쟁 이후 정치적 수세에 몰린 패통탄 총리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앞서 지난달 28일 태국 북동부 국경지대에서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 군이 소규모 총격전을 벌였고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하며 국경분쟁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양국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패통탄 총리는 자신의 아버지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절친한 사이이자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의 아버지인 훈센 상원의장과의 전화 통화를 했다. 이 통화에서 그는 훈센 의장을 "삼촌"이라며 부르며 접경 지대를 관할하는 자국군 사령관이 정치적으로 반대 진영 사람이라며 "멋있어 보이고 싶어한다"고 험담했다.
이후 해당 통화 내용이 유출되며 연정 내 제2당이었던 품짜이타이당이 연정에서 탈퇴했고 다음달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친군부·보수 성향의 태국 상원 역시 헌법재판소와 국가반부패위원회(NACC)에 총리 탄핵을 청원했다. NACC는 패통탄 총리가 윤리규정을 위반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품짜이타이당의 탈퇴로 패통탄 연정은 현재 하원 500석 가운데 과반을 약간 넘는 255석으로 간신히 연정을 유지하고 있다. 패통탄 총리는 훈센 상원의장과의 통화와 관련해 사과했지만 "해당 통화로 내가 얻을 이익이 전혀 없다는 것이 분명했고 국가에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