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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대신 보내기로 결정하자,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고립외교" "친중·반미 행보"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마저 불참을 결정하며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 다소 힘이 빠졌고, 양국 정상이 실리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 대통령이 다자외교에서 벌써부터 이시바 총리와 일정을 조율하며 공조하는 모습은 이 대통령을 '반일적 인물'이라고 보는 우려도 일부 해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을 결정하고 이를 일본측에 알렸다.
위 실장은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우리가 못 가는 방향으로 (일본에) 소통을 했다"며 "일본도 그걸 감안해서 (총리 불참)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한 것 같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다자회의에서 이 같은 국가간 소통은 자주 있다고도 설명했다.
위 실장은 "다자회의에서의 일정은 언제나 가변성과 예측불가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각 나라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때 이면에서 많이 소통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 외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올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5일 네덜란드 현지에서 열렸던 'IP4(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 회동에는 한국, 일본, 호주 정상 대타들이 참석했고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만 유일하게 정상으로 참석했다.
당초 이 회동에 참석을 계획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일 정상 불참 여파로 참석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이시바 총리와 첫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은 30분 가량 진행됐고, 양측은 이 자리에서 협력 의지를 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과 한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며 "마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특히 국제통상환경이나 국제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까운 관계에 있고, 또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역시 "G7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됐지만 국제정세는 정말 대단히 엄중해지고 있다"며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이 지역, 그리고 세계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또 이시바 총리는 "올해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대단히 기념비적인 해"라며 "60주년을 계기로 대통령과 저 사이, 정부 간, 기업 간뿐 아니라 국민 간 교류도 더 활성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