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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탐구 대상은 '쉽싸리'다. 지삼, 택란, 개조박이 등 불리는 이름만큼이나 쓰임새도 다양했다. 나물 맛이 일품이라는 할머니, 아삭아삭하고 달착지근한 뿌리로 무침을 해 먹어보라는 할머니, 옛날 산후조리로 쉽싸리를 많이 달여 먹었다는 할머니…. 살아오신 인생만큼이나 다양한 쓰임새와 스토리가 쉽싸리에 숨어있었다.
수년 전, KBS 1TV에서 방영한 '한국인의 밥상'이 생각난다. 경북 군위 산골마을에 사는 11살 소녀 시연양이 출연했는데 장래 희망은 제빵사라고 했다. 쉽싸리 나물을 무치면서 "이게 손맛이에요. 간 좀 봐주세요"라며 진행자 최불암 할아버지에게 나물 한 줌을 건네던 귀여운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무쳐주는 나물이 아닌, 손녀뻘 어린 소녀가 최불암 할아버지에게 무쳐주는 나물도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다음 주 수업에는 쉽싸리로 나물을 만들어 수업에 참여하시는 할머니들께 선물해 드려야겠다. 할머니들이 쉽싸리 나물을 드시며 그 옛날 향수를 조금이나마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무심코 지나쳤던 쉽싸리가 세대 간 사다리가 되어주니 고맙기만 하다.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