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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가요 100년사 담긴 ‘대중가요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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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6. 13. 16:55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 명곡 105곡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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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의 인문학' 표지. /북랜드
조향래 평론가가 192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인 상황과 대중적인 감성을 잘 대변한 노래 100여 곡을 소개하는 '대중가요의 인문학'을 출간했다.

이 책은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히는 1920년대 '희망가'부터 2000년대 네오 트로트곡 '안동역에서'와 '회룡포'에 이르기까지 105곡의 시대별 명곡을 선정해 해설한 인문학 칼럼 형식으로 구성됐다. 조 평론가가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2025년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과 민족의 설움을 노래한 가요 20곡을 통해 나라를 빼앗긴 시절의 상실과 비애감을 전하고 있다. 당시 대중가요의 주류를 형성했던 트로트는 나라를 잃어버린 회한과 나그네의 정한을 토로했지만, 동시에 대도시 신세대 감성의 노래이기도 했다는 점을 조명했다.

광복 후 혼란과 좌절의 정서를 대변하며 부활한 트로트와 함께, 1950년대에는 분단과 전쟁의 비애, 실향과 이별의 정서를 담은 가요들이 등장했다.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귀국선'과 분단의 아픔을 토로한 '가거라 삼팔선'에 이어, 6.25전쟁기를 풍미한 '전우야 잘 자라',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전쟁가요가 14곡에 이른다.

특히 한국전쟁기 대구 향촌동을 중심으로 탄생한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봄날은 간다' 등 전쟁가요에 얽힌 사연들은 1950년대 대구의 향토사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축약이라고 저자는 평가했다.

1960년대에는 제3공화국 출범과 함께 경제개발 및 도시화가 반영된 가요들이 등장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동백 아가씨', '동숙의 노래' 등 20여 곡이 정치적 격변에 이은 경제개발 시대의 도시 서민 정서를 대변했다.

1970년대는 장발과 통기타의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포크송의 순수성과 트로트의 통속성이 양립하던 시대였다. '사랑해', '꽃반지 끼고', '모닥불' 등이 젊은 세대에 풍미했고, 저항가요가 출현하며 대학가요제가 유행했다.

1980년대에는 조용필이 '창밖의 여자', '일편단심 민들레' 등으로 장르 섭렵과 세대 통합의 음악을 구현했고, 김수철, 이선희, 이문세 등이 발라드와 포크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1990년대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태풍에 이어 김건모, 신승훈 등이 댄스뮤직과 발라드로 가요계를 주도했고, 아이돌 그룹 등장과 함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의 노래가 지구촌을 강타하는 한류 시대가 2000년대로 이어졌다.

조 평론가는 "상처와 유린으로 얼룩진 우리 근현대사의 피폐한 현실을 견뎌내게 한 대중가요의 저력을 그 누구도 폄훼할 수 없다"며 "대중가요는 일제강점기 겨레의 망향가이자 저항가로 출발해 곡절 많은 대중의 삶과 동고동락하며 영욕의 세월을 함께 건너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중가요(특히 트로트)는 슬프고도 흥겨운 우리네 삶의 동반자였으며, 시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대중가요는 한국인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모닥불이자 한류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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