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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명심해야할 ‘明心’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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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6. 12. 07:14

이충재 증명사진
이충재 정치부장
제법 허물없이 지내는 중진 정치인에게 물었다. "대선에서 이기고 총선에서 떨어지는 게 나아요, 아니면 대선은 지고 금배지 다는 게 나아요?" 우문에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당연히 내 의원직이 최우선이지." 그는 다른 정치인들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성공을 위해 희생한다"거나 "선당후사(先黨後私)하겠다"는 얘기는 정치적 수사일 뿐, 실제로 개인의 출세가 더 우선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다. 역대 정부의 출범 광경을 지켜보면 권력의 정점인 임기 초반에는 여당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게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넘어선 아첨·아부 발언이 넘쳐나는 것도 기존 정치문법으론 어색함이 없다.

여의도로 시선을 옮겨보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현장은 '명심'(明心·이 대통령의 뜻)이 지배하고 있다. 경선 후보인 서영교 의원은 "이 대통령은 결단력, 집행력이 뛰어나다. 호흡을 맞춰 정부의 성공을 만들어내겠다"고 했고, 김병기 의원은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원내 사령탑을 뽑는 선거인만큼 두 후보 모두 이 대통령과의 '찰떡호흡'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경쟁적으로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여당 당권경쟁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만으로도 '거울치료'가 된다. 당시 여당 의원들이 "누가 당대표가 되든 윤 대통령 영향력의 1000분의 1"이라며 찬양가를 불렀고,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악재에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며 서로 옹호하기 바빴다.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하늘이 보내준 대통령"이라는 낯 뜨거운 아부를 넘어 경배(敬拜)가 이뤄졌다.

취임 일주일을 맞은 이 대통령의 주변은 어떨까. 이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 사건을 변론했던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검토하며 논란이 되자 여당 인사들이 공개석상에 나서서 "왜 이해충돌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 "연좌제하듯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헌법재판관에 현직 대통령의 변호인을 앉힌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지만, 여론을 등지고 권력 앞에 호위무사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최근 '대통령 시계' 제작을 둘러싼 해프닝에도 권력을 향한 아첨이 녹아있다. 대통령 초청 만찬에 참석한 인사가 "이 대통령이 시계제작에 대해 '그런 거 뭐가 필요하냐'고 하셨다"고 전하면서 새 정부에선 대통령 시계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하루만에 "선물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뒤집었다. '사소한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는 대통령'이란 미담을 만들려다 오보의 멍에를 쓴 경우다.

찬양가로 쌓아올린 불통과 독주는 정권의 실패 공식이다. 예외가 없었다. "민주당의 아버지", "신의 사제"라고 칭하고, "차은우보다 잘생겼다"고 하면 공천이나 당권이 달린 '명심'을 얻을지언정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부를 만들게 된다. 그게 필기구도 없고 컴퓨터도 없다던 용산 대통령실에 남겨진 큰 메시지다. 여권이 지난 정권 몰락의 교훈을 깨닫지 못한 채 명심만 계속 찾아 헤맬지 지켜볼 일이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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