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전막 초연
국립극장, '헌치백' 세계 최초 무대화...고선웅 '유령'도 관객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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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 더 콘서트'다. 이 작품은 세계 최초로 극작과 작곡 과정에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창작됐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을 1인극 인더스트리얼 록 콘서트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 등 정상급 배우들이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함께 한다. 80분 동안 20곡의 강렬한 록 넘버로 햄릿의 복수극을 속도감 있게 풀어내며, 각 배우별로 다른 편곡과 대사, 동선을 구성해 '4인 4색' 햄릿을 선보인다.
오필영 이모셔널씨어터 프로듀서는 "AI를 창작자의 상상과 철학을 확장해주는 도구로 삼아 보다 빠르고 넓은 아이디어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배우들이 직접 대본 작업에 참여해 노래 사이의 대사를 각자 달리 구성하고, 공연의 흐름도 스스로 조절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매회 공연 시간이 달라지는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됐다. 공연은 이달 28일까지.
연극계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14년 만에 선보인 신작 '유령'도 눈길을 끈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늙어가는 기술' 이후 오랜 침묵을 깬 고선웅의 창작극이다.
연극 '유령'은 남편의 폭력을 피해 16년간 떠돌다 무연고자로 죽음을 맞은 여성 '배명순'의 이야기다. 시신 안치실에서 화장되지 못한 채 떠도는 유령들을 만나는 설정을 통해 고선웅 특유의 코미디 감각과 재치를 보여준다. 6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이지하가 배명순 역을 맡았다. 공연은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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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근육질환을 앓고 있는 작가가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40대 여성의 내밀한 욕망과 사회적 차별을 그린 이 작품은 파격적인 설정과 도발적 문제의식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비장애인 작가의 외부 시선에서 다뤄지던 장애 서사의 틀을 벗어나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서술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신유청 연출은 원작의 당사자성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 위해 소설의 문장을 대사로 변형하지 않고 서술형 문장을 그대로 무대에 옮겼다. 지체장애인 배우 차윤슬과 황은후가 하나의 인물을 동시에 나누어 연기하는 독특한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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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 연출가 로렌조 피오로니는 무수한 간판으로 빛나는 한국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활용해 비현실적이고 동화적인 세계를 표현했다. 왕자가 오렌지를 찾는 여정을 로드 무비처럼 구성하며, 이탈리아 즉흥극 '코메디아 델라르테' 형식을 빌려 20세기 정치 상황을 풍자하는 요소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