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선율 속으로… 슬픔의 밤에 바치는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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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신익과 심포니 송'이 여섯 번째 마스터즈 시리즈로 선보이는 '영웅들을 추모하며' 공연이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무대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는 음악적 제의로 기획되었다.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이 공연은 고통의 시대를 살아낸 이들에게 바치는 음악적 위령제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기억과 성찰의 자리가 된다.
이번 공연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전쟁과 국가적 희생의 의미를 음악으로 풀어낸 세 곡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첫 곡은 사무엘 바버의 대표작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9.11 테러, 처칠과 케네디의 장례식 등 세계적인 애도의 순간마다 울려 퍼졌던 곡으로, 서서히 고조되는 선율 속에 숨죽인 절망과 떠나간 이들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녹아 있다. 단순한 슬픔의 표현을 넘어서, 이 곡은 살아 있는 자의 절규이자, 부재를 견디는 가장 고요한 방식의 통곡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바버의 아다지오가 롯데콘서트홀 특유의 잔향 깊은 음향 속에서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릴 것이다.
이어지는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 g단조, K. 550이다. 그의 후기 교향곡 중 가장 비극적 감정을 담은 이 작품은 고전주의의 엄격한 형식미 속에 격정적인 감정이 숨겨진 명작으로 꼽힌다. 음표 하나하나에 깃든 긴장감은 시대적 불안, 존재의 갈등, 그리고 인간 내면의 혼돈을 예감하게 만든다. 이 교향곡은 전통적인 아름다움만으로 해석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안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운명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살아남은 이들이 마주한 고독, 끝나지 않은 전장의 메아리 같은 이 곡은, 음악을 통해 영웅들의 그림자를 다시 조명한다.
이날 무대의 정점은 모차르트의 유작이자, 죽음을 향한 기도문이라 할 수 있는 레퀴엠 d단조, K. 626이 장식한다. 이 곡은 작곡자 모차르트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며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작품으로, 이후 제자인 프란츠 쥐스마이어가 보완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완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의 신비성과 장엄함을 더욱 고양시키며, 죽음을 넘어선 음악의 영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합창단이 오케스트라 내부에 배치되는 독창적인 연출을 통해, 소리와 인간이 하나 되는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이는 청중이 단순히 연주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숨결처럼 음악과 함께하는 새로운 차원의 체험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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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호흡을 맞출 인천시립합창단은 1981년 창단 이래 국내 합창계를 대표해온 단체다. 윤의중 예술감독 취임 이후 한층 정밀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로 주목받고 있는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인간의 목소리로 신성성과 생동감을 동시에 구현할 것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와의 유기적인 배치를 통해, 단선적인 합창을 넘어서 다층적인 감정의 공간을 창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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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을 추모하며'라는 이번 마스터즈 시리즈는 예술의 힘으로 역사의 비극을 위로하고, 음악의 언어로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자리다. 그것은 죽은 자를 위한 음악이자, 살아 있는 이들이 계속 살아가기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이 공연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자, 누군가의 희생 위에 존재하는 오늘을 되새기는 조용한 외침이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희생을 되새긴다. 그리고 다짐한다.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