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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5. 25. 13:24

스마트폰 속 AI가 무대에 등장했다... 연극 '두근두근 알고리즘'
사랑과 자아, 연결에 대한 새로운 연극적 상상
대학로 대표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제작진의 신작...연극 두근두근 알고리즘, 환상극장 개막 임박_사진자료(1)
사진 / 스튜디오틈(주)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인공지능이 더 이상 과학기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예술과 감성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연극 '두근두근 알고리즘'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신작으로, AI와 인간 사이의 교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시리'가 인간의 형상을 띠고 현실에 등장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감정과 관계, 자아에 관한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작품은 발랄한 사랑 이야기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나를 이해하는 존재란 무엇인가', '사랑과 자아의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와 같은 물음이 숨어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감정의 알고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반대로 알고리즘이 감정을 습득하고 표현할 수도 있는가. 이 상상은 단순한 장치로 그치지 않고, 무대 위에서 관계의 본질을 다시 묻는 드라마로 확장된다.

주인공 민식은 스마트폰 속 시리와의 일상적 상호작용 속에서 위안을 얻고 살아가던 인물이다. 어느 날 시리가 인간의 모습으로 그 앞에 등장하게 되며, 민식은 새로운 감정과 관계에 직면한다. 이 과정은 단지 판타지적 해프닝이 아니라, 외로움과 연결을 갈망하는 동시대 청춘의 내면을 반영하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무대 구성 또한 작품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 인간과 기술의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무대 언어로 형상화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조명과 음향, 공간 구성이 디지털 시대의 감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으며, 시청각적 요소가 극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공연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리 역할은 이봄, 이세미, 황수아가 트리플 캐스팅으로 나눠 맡는다. 인공지능이라는 비인간적 존재를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이들은 말투, 움직임, 시선 처리 등에서 차가움과 유연함 사이의 균형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감정을 학습해가는 존재로서의 시리를 구현하면서, 각 배우가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는지도 관객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다. 단순한 기능적 도구가 아닌, 감정의 주체로 설정된 이 캐릭터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정서적 간극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좁혀질지 주목된다.

또한 멀티 캐릭터로 등장하는 임도윤, 임지안, 황연주는 다양한 인물을 오가며 극의 리듬과 감정의 결을 풍성하게 채운다. 이들의 전환과 대비는 시리와 민식의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AI가 인간 세계를 마주하는 다층적 풍경을 무대 위에 펼쳐보일 예정이다.

'두근두근 알고리즘'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 외형 안에 AI 시대의 사랑과 자아를 탐색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기술이 정서의 영역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지금, 이 연극은 그 기술과 감정의 접점을 상상해보게 만든다. 단순한 웃음이나 위트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에게 작지만 진지한 물음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연극 '두근두근 알고리즘'은 2025년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6일 간, 대학로 플랫폼74에서 공연된다. 인공지능이라는 낯설고도 가까운 존재를 통해 인간 자신을 비추는 이 작품이, 지금 이 시대의 사랑과 감정, 존재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로 대표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제작진의 신작...연극 두근두근 알고리즘, 환상극장 개막 임박_이미지자료(2)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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