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칙을 둘러싼 교장과 교감의 대립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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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홍콩 극작가 궈융캉(郭永康)이 집필한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2016년 홍콩 레퍼토리 극단의 '신극발전플랜'을 통해 완성된 이후, 2017년 초연되었고 중국 본토 투어를 포함한 다양한 공연을 거치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23년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으며, 이번 서울연극제에서는 정식 무대로 완성된 형태로 관객을 만난다.
극은 새로 부임한 교장이 제정한 새로운 교칙을 중심으로 갈등이 전개된다. 규율과 절차를 중시하는 교장과, 자유로운 학풍을 지켜온 교감 사이의 대립은 점차 학교 전체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작품은 어느 한쪽의 입장을 단순히 옹호하거나 비판하기보다, 각 인물의 입장을 통해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진다.
이번 공연은 극단 배다가 제작을 맡았다. 연출은 '붉은 낙엽', '왕서개 이야기' 등으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이준우가 맡았으며, 각색은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 등으로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온 강훈구가 참여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홍콩을 배경으로 한 원작을 한국 교육 현장에 맞게 새롭게 옮겨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대에는 배우 박현숙(이연조 役), 오용(강정구 役), 박종태(천성일 役), 김현진(양준 役), 김혜령(김라엘 役) 등이 오르며, 인물 간의 입장 차이와 긴장 구조를 드러낸다. 각자의 신념과 논리가 부딪히는 과정에서, 관객은 어느 한편에 서기보다 질문을 받아들이게 된다.
박상봉(무대), 정유석(조명), 채석진(음악), 이현석(음향) 등 기술 스태프는 인물 중심의 무대 구성에 힘을 싣는다. 절제된 장치와 공간 구성,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음악과 음향이 조화를 이루며 극의 분위기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출진은 이번 작품에서 "인물 간의 균형감 있는 시선과 거리감"을 의도했다고 전하며, 단순한 찬반 대결을 넘어선 복합적 감정선을 무대 위에 구현하려는 노력을 예고하고 있다.
극단 배다는 2017년 창단 이후 인간성과 기억, 사회적 상흔을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꽝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숨을 쉬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등에서 보여준 이들의 문제의식은 이번 '원칙'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교육'을 키워드로 한 사회적 질문을 중심에 두고, 보다 보편적인 공감과 사유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 제로에서 관객을 만나는 연극 '원칙'은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공연되며, 월요일은 공연이 없다.
이 작품은 제46회 서울연극제의 중심에서, 우리가 믿고 따르는 '원칙'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조용하지만 깊게 던질 예정이다. 교육과 권위,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무대가 어떤 풍경을 펼쳐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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