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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이펙트'는 항우울제 임상시험을 배경으로, 피실험자인 두 인물이 서로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끼며 시작된다. 그러나 이 감정이 '진짜 사랑'인지, 혹은 약물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성된 감정인지에 대한 의심이 점점 관계를 뒤흔든다. 여기에 실험을 주관하는 두 명의 의사, 로나 제임스 박사와 토비 실리 박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개입하면서, 네 인물의 심리는 얽히고 충돌하게 된다. 극은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측정 불가능한가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작품은 2012년 영국 비평가협회상에서 최우수 신작상(Best New Play)을 수상하며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드와 이브닝 스탠다드 시어터 어워드 등에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와 유럽 여러 도시에서 재공연되며, 동시대 사회가 마주한 정체성, 의료 윤리, 감정의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 런던 내셔널 시어터 리틀턴 극장에서 제이미 로이드 연출로 선보인 리바이벌 공연과, 2024년 3월 뉴욕의 더 셰드 극장에서 진행된 미국 공연은 약물 의존, 정신건강, 감정의 조작 가능성 등 21세기 사회가 마주한 복합적 고민을 연극이라는 형식으로 섬세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제작사 ㈜레드앤블루가 선보이는 신작으로, 원작자의 정식 허락을 받아 세계 최초로 '젠더 벤딩 캐스팅(Gender-Bending Casting)'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연극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험 참가자인 트리스탄 프레이와 코니 홀,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두 박사 역에 남성과 여성 배우가 각각 번갈아 출연하며, 회차마다 서로 다른 조합이 무대에 오른다. 같은 인물이라도 배우의 성별과 연기 해석에 따라 관계의 뉘앙스와 감정의 방향이 섬세하게 달라지는 구조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성별을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 때 진정성을 획득하는지를 실험하며, 관객에게 각기 다른 감정의 결을 경험하게 만든다. 같은 장면이라도 캐스팅에 따라 대사의 무게와 심리의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회차마다 전혀 다른 관극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디 이펙트'가 지닌 본질적인 질문 '감정이 조작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는가'에 대한 성찰을 무대 위에서 다각도로 펼쳐내는 방식이다.
최근 공개된 연습 현장에서도 이러한 실험적 접근의 진지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영민, 이상희, 이윤지(로나 제임스 역), 양소민, 박훈, 민진웅(토비 실리 역), 박정복, 옥자연, 김주연(코니 홀 역), 오승훈, 류경수, 이설(트리스탄 프레이 역) 등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들이 배역을 나누어 맡아, 회차마다 색다른 긴장감과 감정선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연출은 민새롬이 맡고, 박지선 작가가 윤색을, 배유리 움직임 감독이 신체의 감정 표현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작품의 배경인 임상시험의 냉정함과 인간 감정의 뜨거움을 동시에 담아내는 무대 위에서, 이들의 협업은 과학적 구조와 인간적 서사가 충돌하는 지점을 생생히 구현해낼 예정이다.
'디 이펙트'는 오는 6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서울 놀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된다. 회차마다 배우 조합이 달라지는 이번 공연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진 본질을 다양한 층위로 되짚게 하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 과학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영역, 그 가장 인간적인 진실을 무대 위에서 확인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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