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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필리핀 정부 “ICC 체포영장 집행”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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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11. 13:39

FILES-PHILIPPINES-POLITICS-DUTERTE-ARREST <YONHAP NO-3577> (AFP)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AF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반인도적 범죄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 발부한 체포 영장을 11일 집행했다. 홍콩을 방문 후 필리핀으로 돌아온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이날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빌라모르 공군기지로 이송됐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이날 홍콩을 방문한 후 귀국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도착하자마자 검진을 실시했고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ICC에 체포된 최초의 전직 필리핀 대통령이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대규모 살상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인터폴을 통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ICC에 협조하겠단 입장을 밝혀온 필리핀 정부가 이를 전달받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귀국한 즉시 집행한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콘티 ICC 변호사는 체포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체포 후 ICC 회원국으로, 그 다음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로 인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지매체 래플러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체포 후 "그냥 나를 죽여야 할 것"이라 강하게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불과 이틀 전 홍콩에서 해외 거주 필리핀인들 대상으로 열린 소속 정당 후보자들의 지지 연설에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가 삶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밝혔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체포 이후 "나를 체포, 구금한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마약 사범을 대거 잡아들였다. 마약 복용자·판매자가 투항하지 않으면 즉각 총격을 가해도 좋다며 경찰에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공식 집계는 약 7000명이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반인권적 조치들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해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임중이던 지난 2019년 ICC가 두테르테 정권이 대량학살에 책임이 있다고 발표한 데 반발하며 ICC 탈퇴를 강행했다. 하지만 ICC는 필리핀이 회원국이었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ICC는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중인 미얀마 군부의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도 반인도주의 범죄·전쟁 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들은 ICC 회원국인 전 세계 124개국에 입국할 경우 체포될 수 있지만 회원국이 영장 집행을 할 의무는 없어 이들은 현재까지도 체포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 ICC 회원국인 몽골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역시 체포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도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후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임기 초반 ICC의 조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지난해 이 두 가문의 '정치적 동맹'에 균열이 발생한 이후 마르코스 행정부는 ICC에 협력하겠단 입장으로 선회하며 이번 체포가 이뤄지게 됐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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