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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거리로 나선 금감원 직원들, 해외로 향한 원장…엇갈린 풍경 속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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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5. 09. 23. 17:56

박주연_증명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첫 야간 장외집회를 엽니다.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어서 반대 행동에 나서는 겁니다.

앞서 금감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국회 앞 뿐 아니라 본원에서도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금감원 설립 이후 이 같은 대규모 시위는 처음입니다. 해외 주재원들까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외부에 조직개편 반대 의견을 알리고 있는데요. 내부에선 "임원 빼곤 다 (시위에)나간다"는 말이 나올정도이니, 내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방증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찬진 금감원장은 시위 당일 자리를 비울 예정입니다. 24일부터 26일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동행해 미국에 머무는 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개편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긴장된 시점에 수장은 정작 해외에 있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내부에서는 "현장은 불이 나고 있는데, 원장은 자리를 비웠다"는 말까지 흘러나옵니다.

정부는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로, 소비자보호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쪼개기식 개편이 오히려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금융상품의 설계부터 판매, 사후 관리까지가 긴밀히 연결돼 있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나누면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특히 금소원과 금감위로 조직이 나뉠 경우, 동일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업계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고 조사 주체를 정하는 데만 한두 달이 걸릴 수 있고, 민원은 금소원에서, 분쟁 조정과 사고 조사는 금감위에서 각각 담당하게 되면 업계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중 감독·이중 조사를 받는 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예산과 인사 또한 정부 통제 아래 놓이면 감독의 독립성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금융당국의 조직 해체와 관련해 이 원장의 입장은 원론적입니다. 그는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내부 위기감과 확연한 온도차가 드러나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거리로 나설 직원들과 해외로 향한 원장. 겉으로는 엇갈린 풍경이지만, 결국 본질은 같습니다.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감독 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정치적 힘겨루기나 기관 간 이해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감독 체계를 세우는 일입니다. 소비자를 1순위로 본다면 조직개편 관련 해결점은 의외로 찾기 쉬울 수 있습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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