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지파엔 붉은색…계획 수립도
"국민 인권침해로도 직결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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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파주서는 지난 7월 말께 전체 11개의 지구대·파출소 소속 순찰팀장을 불러 검거 실적율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구대·파출소별로 살인·강고·절도 등의 검거 실적을 올려 파주서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목표치는 112 신고 대비 체포 내지는 임의동행 건수 등으로 환산했다. 사실상 '실적 올리기 압박'을 한 것이다.
경찰의 정량 평가는 이전부터 논란이 됐다. 인권위가 지난 2010년 인권상담사례집을 통해 경찰의 '실적주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 관악·동작경찰서 경찰관들이 과로로 사망했을 때 서울청의 실적 부진 점검이 있어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실적 위주의 성과 평가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듯 파주서의 실적 위주의 평가는 그야말로 '노골적'이다. 특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5개의 지구대·파출소 눈에 띄도록 '붉은 색'으로 칠했다. 이들 지구대·파출소는 다음달 10일까지 자체계획을 수립하고 파주서 범예과에 통보해야 한다고도 적혔다. 공개적인 '망신주기'인 것이다.
이런 경찰의 과도한 실적주의는 '국민 인권침해'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면밀한 검토 없이 체포 등 강제력이 빈번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주서 소속 A씨는 "인사 평가 시 실적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한다면 체포하는 데만 급급할 것"이라며 "당연히 사유가 애매한 상황에서도 체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최대 온라인모임 '폴네티앙'은 실적주의의 폐해가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학섭 폴네티앙 회장은 "경찰의 인사 평가 방식을 차치하고 파주서의 경우 순찰 팀장들 입장에서 압박을 안 느낄 수가 없다"며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검거하기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노동조합 성격의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위원장은 "요즘엔 잘 볼 수 없는 시대 역행적인 방식"이라고 밝혔다.
파주서는 독려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파주서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평가 시기가 다가와 독려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압박을 하거나 다른 부당한 인사 평가에 반영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