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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 살 깎아 먹는 연고지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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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5. 06. 09. 13:45

창원NC파크 야구 열기<YONHAP NO-5950>
관중들이 창원NC파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을 연고지로 쓰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최근 연고지 이전을 꺼내 시끄럽다.

발단은 3월 말 발생한 야구장 사망 사고다. 차양재(루버)가 떨어져 이를 맞은 관중 한 명이 숨졌다. 창원NC파크는 즉각 폐쇄됐고 구단은 60일 넘는 공백기 동안 약 40억원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구단 측은 생존의 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나아가 이진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는 창원NC파크가 다시 문을 연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단은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동안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고 이제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연고지 이전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알고 보면 창원시와 NC 구단의 갈등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다. 불신의 씨앗은 2011년 창단 당시부터 뿌려졌다. 창원시는 2만5000석 규모 야구장 신축을 약속했지만 부지 선정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구장 건설 과정에서도 당초 약속과 달리 NC가 신구장 건립비 1270억원 중 100억원을 분담했다고 알려진다. 우여곡절 끝에 새 구장은 계획보다 3년이 늦은 2019년 완공됐다.

이후에는 교통 접근성을 놓고 잡음이 생겨났다. 지난해 초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나눈 사담을 공개하면서다. 최 의원은 "허 총재는 수도권 성남시, 울산광역시 같은 곳에서는 프로야구팀 유치하려고 열성인데 지금처럼 NC마산구장(창원NC파크) 관객 접근이 어려우면 구단 측으로서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조건 좋은 도시로 연고구장(연고지)을 옮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글을 남겼다. KBO와 NC 구단 사이 연고 이전이 논의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곧장 불거졌다.

다른 구단들은 대부분 야구장 바로 앞에 지하철역이 있는 반면 창원은 지하철이 없어 시민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게 요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하다하다 시가 프로야구를 위해 지하철까지 놓아줘야 되는 거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쌓여만 가던 갈등은 올해 다시 한 번 뜻밖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야구장 안에서 일어나면서 폭발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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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팬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묻혀있다는 데 있다. NC 구단은 "결국 남는 건 팬"이라고 했지만 야구팬들을 볼모로 창원시를 겁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에 연고지 이전을 꺼내면서 시에 요구한 사항만 도시트램 신설 등 21가지에 달한다. 반대로 창원시도 시민들을 볼모로 구단을 홀대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결국 양측의 해묵은 갈등은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44년 역사에서 두 차례 연고지 이전이 있었다. 모기업이 결단하고 KBO 총재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 다만 NC는 엄포를 놓았어도 실제 연고지 이전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지역 사회에 기반한 프로야구단은 팬들의 관심과 응원을 먹고 산다. 토착은 오래 숙성될수록 좋다. 구단은 그 효과 하나 보고 연간 약 3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쓰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롯데=부산'이 떠오르는 것처럼 상호 공생하는 발전적 관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구단은 입술과 이빨이 서로 의지하듯 가까이서 의존하고 돕는 순치상의(脣齒相依)와 다름없음을 새겨야 할 때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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