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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 전 대통령, ICC 재판 받는다…체포 당일 헤이그로 압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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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12. 09:40

Philippines Duterte <YONHAP NO-0446> (AP)
국제형사재판소의 요청에 따라 체포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11일 밤 필리핀 마닐라에서 네덜란드 헤이그로 출발하기 위해 이륭글 준비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요청에 따라 필리핀에서 체포된 후, 당일 네덜란드 헤이그로 즉시 압송됐다.

12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오후 11시 3분 네덜란드 헤이그로 출발했다"며 "이는 피 비린내 나는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그는 "우리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하지 않았다. 이번 체포는 인터폴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 덧붙였다.

홍콩을 방문하고 11일 오전 마닐라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귀국 즉시 체포돼 빌라모르 공군기지로 이송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나를 체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다는 점을 들어 필리핀 대법원이 개입해 이송을 막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체포 당일,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네덜란드 헤이그로 바로 압송됐다. 그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강제로 헤이그에 끌려갔다"며 "정의가 아닌 억압과 박해"라 강력히 반발했다.

ICC는 전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반인도적 범죄로서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으며 201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43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형사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ICC가 발부한 체포 영장에 따르면 재판부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 시설 개인적인 '처형 부대'를 운용했고, 이후 대통령이 된 후에도 필리핀 법 집행 기관을 총괄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지휘했다는 '합리적인 증거'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인권단체와 '마약과의 전쟁'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이번 체포를 "필리핀의 책임을 묻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 "정의를 향한 전례 없는 한 걸음"이라며 환영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가족이나 자녀가 사망한 여성들의 단체인 라이즈업(Rise UP)도 "계속 감시하고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ICC에 대한 신속한 인도와 구금 이송을 촉구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ICC로 이송되며 그는 ICC에서 재판을 받는 최초의 아시아 전직 국가원수가 됐다. ICC 재판에서 그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경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교도소에 수감된다.

2002년 ICC가 설립된 이후 10년 만이 2012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반군 지도자 토머스 루방가가 소년병 내전 동원 혐의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민주콩고 전범 저메인 카탕가(징역 12년형), 장 피에르 벰바 전 민주콩고 부통령(징역 18년형) 등이 ICC 재판 결과 실형을 살았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마약 사범을 대거 잡아들였다. 마약 복용자·판매자가 투항하지 않으면 즉각 총격을 가해도 좋다며 경찰에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공식 집계는 약 7000명이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반인권적 조치들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지난 2018년부터 수사에 착수해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임중이던 지난 2019년 ICC가 두테르테 정권이 대량학살에 책임이 있다고 발표한 데 반발하며 ICC 탈퇴를 강행했다. 하지만 ICC는 필리핀이 회원국이었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필리핀에서도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후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임기 초반 ICC의 조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지난해 이 두 가문의 '정치적 동맹'에 균열이 발생한 이후 마르코스 행정부는 ICC에 협력하겠단 입장으로 선회하며 이번 체포가 이뤄지게 됐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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