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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총리·美대통령, 한날 연설서 상반된 세계관 극명하게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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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3. 06. 15:37

AP통신, 5일 1시간 차이 두고 연설한 두 지도자 발언 조명
여러 이슈서 의견 갈리지만 "과거 영광 되찾겠다" 한목소리
JOINT SESSION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UPI 연합뉴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는 한 시간 차이로 각각 연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했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업무보고에서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고 국가 부흥을 실현하자"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AP통신은 6일 '중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 두 지도자, 두 연설, 상반된 세계관' 제하 기사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이 두 연설은 21세기의 두 강대국이 각자의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택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연설의 형식과 분위기는 극명하게 달랐으나, 두 지도자는 공통으로 자국의 위대함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며 "현재 세계 최강국과 그 도전자의 이해관계가 점점 더 충돌하는 가운데, 두 지도자의 선택은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분열된 민주주의 vs 권위주의적 단결 =리 총리의 연설은 충성스러운 청중을 상대로 한 의례적인 발표였다. 그는 55분 동안 지난해 정부 성과와 2025년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낭독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자리한 인민대회당의 웅장한 무대에서 연설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의 뒤에서 자리했다. 참석한 대표들은 적절한 순간마다 박수를 보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부통령과 공화당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뒤에 자리한 가운데, 공화당 의원들은 열렬히 환호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무표정하게 앉아 있거나 야유를 보냈다.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주)은 대통령 연설을 방해한 혐의로 강제 퇴장당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돌발 상황이나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다. 중국 공산당은 일당 체제를 유지하며 공개적인 반대를 허용하지 않는다. 리 총리는 연설에서 단결을 강조하며 시진핑 지도부를 더욱 견고히 뒷받침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향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들을 기쁘게 하거나 웃게 하거나 박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하며, 전임 대통령 조 바이든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혹평했다.

◇ 관세 vs. 세계화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장이 다시 문을 열고 있으며, 지금껏 본 적 없는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이는 선거 승리와 관세 덕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리 총리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소비 침체 등 경제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개방 확대"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든 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고품질 자유무역 지대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을 겨냥한 듯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해지는 외부 환경이 무역, 과학,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INA GOVERNMENT TWO SESSIONS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 개막식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 기후협약 탈퇴 vs. 친환경 전환 =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로 미국의 화석연료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환경 규제를 철폐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종료했다고 주장하면서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을 경제적 파멸에서 구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친환경 경제에 집중하고 있다. 리 총리는 "경제 및 사회 발전 전반에서 친환경 전환을 가속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혁신을 강조하며 중국이 기술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으로, 양국 간 경제 및 군사적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짚었다.

◇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vs. 중국의 '부흥' = 양국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바도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세계를 주도했으며, 여전히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및 동맹국과 무역, 기술,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이익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 내 분열과 폭력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민주주의보다 중국 체제가 더 우수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기세가 돌아왔다"며 "우리의 정신이 돌아왔고, 자부심이 돌아왔으며, 미국의 꿈이 다시 크고 강력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주도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동등한 위상을 원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글로벌 규칙에서 자유롭게 만들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파리기후협약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인권이사회(UNHRC) 등 국제기구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것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미국을 후퇴시키는 동안, 중국은 그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이를 전략적 이익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나설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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