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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지 동편서 신라 태자의 ‘진짜 동궁’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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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2. 06. 15:14

국가유산청, 10년 조사 성과 공개 "월지 서편이 아니라 동편"
왕의 공간과 건물 규모 차이…신라 당대 토목기술 집약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_언론공개회_최응천 국가유산청장1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에서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 조사 10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신라 태자가 머물렀던 동궁(東宮)의 '진짜 위치'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당대 토목 기술이 집약된 흔적으로, 향후 유적 정비와 보존 관리에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신라 태자의 공간으로 알려진 동궁이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월지의 서편에 있는 대형 건물터가 아니라 월지 동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최 청장은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를 통해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 조사 10년 성과를 발표했다.

과거 '안압지'로 불린 '동궁과 월지'는 신라 문무왕 14년(674년)에 창건한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이다. 태자가 거처한 곳이자,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진행한 장소다. 그간 학계에서는 월지의 왼쪽(Ⅰ-가 지구)이 동궁 터라고 여겨왔다. 1975년부터 약 2년간 월지 일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679년을 의미하는 '의봉4년'을 새긴 기와가 나왔고, 여러 유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발굴 조사가 이뤄지면서 월지 동쪽이 신라 태자가 기거한 장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월지 동편에서 규모가 큰 건물터 흔적이 발견됐고, 통일신라 때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동궁 추정도 컴퓨터그래픽
동궁 추정도 컴퓨터그래픽. /국가유산청
그간의 조사 성과에 따르면 월지 동편은 태자를 위해 조성한 별도 공간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측은 월지의 동쪽(Ⅱ-나 지구)에서 복도식 건물에 둘러싸인 건물과 넓은 마당 시설, 정원 안에 있는 연못 흔적을 찾아냈다. 중심 건물은 정면 5칸(약 25m), 측면 4칸(약 21.9m) 규모로 추정된다. 계단 흔적이 남아 있고, 과거 넓은 기단 형태의 월대를 증축했을 것으로 보인다.

월지 서편 건물은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동쪽보다 크다. 계단 진입 부분을 기준으로 한 높이도 서쪽(해발 52.6m)이 동쪽(해발 50.3m)보다 높다. 이는 건물의 위계가 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관해 국가유산청은 "월지 동편 건물터를 동궁으로 보고, 당초 동궁으로 추정했던 서편 건물터를 왕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동궁 건물은 왕과 태자의 공간이라는 위계 차이를 두고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동궁과 월지 조사 구역 건물 배치 추정도
경주 동궁과 월지 조사 구역 건물 배치 추정도. /국가유산청
동궁의 '진짜 위치'가 발견됨에 따라 월지 주변에서 찾아낸 유물도 재조명됐다. 2017년 발견된 주사위는 한 변의 길이가 약 0.7㎝로, 코끼리 상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동궁의 생활공간에서 발견된 것이니 만큼, 과거 고급 놀이기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조도'(花鳥圖) 금박 유물도 신라 공예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일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두 유물이 출토된 곳은 '진짜 동궁'의 북쪽"이라며 "동궁 북쪽에 태자와 이를 보좌하기 위한 궁인들이 생활한 공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월성유적지구에서 추가 발굴된 의례의 흔적도 눈길을 끈다. 제물로 바친 것으로 보이는 개의 유구와 당시 최고급품인 옻칠 상자, 수정 목걸이 등이 출토됐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숨어 있는 1cm를 찾아내 살아있는 역사로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국가유산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살아 숨 쉬는 신라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7-1. 상아주사위 전개도
상아주사위 전개도. /국가유산청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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