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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연무에 민심 들끓는데…프라보워 “인니 모욕하는 나라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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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10. 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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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산불 못 잡아…1~9월 한국 면적 5분의 1 달하는 190만㏊ 소실
집권 2주년 맞아 곳곳서 시위…"숨 쉴 권리 있다" 정부 무능 성토
대통령 "때 되면 산불 관련 기업 공개·면허 취소"…국적은 안 밝혀
Indonesia Protest <YONHAP NO-6436> (AP Photo/Tatan Syuflana)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취임 2주년인 20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AP 연합뉴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모욕하길 좋아하는 일부 나라들"을 향해 때가 되면 산불에 연루된 기업들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산불과 독성 연무로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정부를 겨냥한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22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인도네시아는 예의 바르고 인내심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자주 모욕을 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기업명이나 국적은 밝히지 않았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기업 책임을 거론한 산불은 수개월째 잡히지 않고 있다. 위성 자료를 분석하는 독립 감시기구 누산타라 아틀라스는 올해 1~9월 인도네시아에서 190만㏊(헥타르)가 넘는 땅이 불탔다고 집계했다. 한국 국토 면적(약 10만㎢)의 5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인도네시아에선 건기마다 산불이 발생하지만, 7월부터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을 휩쓴 올해 불길은 엘니뇨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겹쳐 유독 거셌다. 전문가들은 산불의 상당 부분이 숲을 태워 땅을 개간하는 관행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런 관행이 불에 강한 산림을 없애고 이탄지의 물을 빼 메마르게 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지만 연무가 공중 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베르톤 판자이탄 국가재난관리청(BNPB) 대변인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6만명이 넘는 소방 인력이 전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공중 살수와 인공강우에 투입할 항공기 49대도 확보했으나, 상당수가 짙은 연무 탓에 수시로 이륙하지 못했다. 산림부와 국립공원 측에 따르면 지난 15일에는 동자바주 브로모텡거르스메루 국립공원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국립공원 직원 2명과 경비원 2명이 화염과 짙은 연기에 갇혀 숨졌다. 같은 날 저녁 위성에 포착된 전국의 열점(이상 고온 지점)은 799곳으로 하루 전(372곳)의 두 배를 웃돌았다.

보르네오섬 중부 칼리만탄주의 주도 팔랑카라야 주민들은 AFP통신에 절망감을 토로했다. 길거리에서 음료를 파는 멜시(40)는 "연무가 정말 심하다. 장사가 안 된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수입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우리는 힘없는 서민이라 정부가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주부 시프라(29)는 남편과 두 자녀가 한 달째 기침을 하고 있다며 "집 안에도 연기가 들어온다. 연무 이후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이 쑤시고, 면역력이 떨어져 기침과 감기에 쉽게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9일 팔랑카라야에서는 수십 명이 시위를 벌여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했다.

불만은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거리로 번졌다. 프라보워 정부 출범 2주년인 20일 대학생들의 주도로 자카르타와 자바섬 반둥·족자카르타, 수마트라섬 페칸바루, 술라웨시섬 마카사르 등에서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성토했으며, 상당수는 특히 산불을 진화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자카르타 시위 현장에는 "우리가 타면 너희도 같이 탄다!", "나에겐 숨 쉴 권리가 있다. 당장 불을 꺼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다. 그린피스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심 로터리 기념탑에 "연무와 프라보워 정권=국가 재난"이라고 적힌 현수막 등을 내건 그린피스 활동가 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여론조사기관 SMRC가 지난 16일 발표한 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44.5%를 기록해 취임 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집권 2주년을 맞았다. 그는 시위 이튿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불이 "순전히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과 검찰청, 산림부에 군과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아 원인을 수사하라고 요청했다. 또 "국민들이 고의로 불을 지른 여러 사람을 붙잡기도 했다. 이는 환경 테러로 볼 수 있다"며 방화를 "수백만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증거가 확보되면 "법을 위반한 기업의 면허를 모두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연무는 이미 국경을 넘어 확산했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동티모르의 대기오염까지 위험 수준으로 치솟자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은 이번 사태를 다룰 회의를 소집했다. 이웃 국가 정상들은 지원을 제안하면서도 최고위급 외교 무대에서의 공개 비판은 자제해 왔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커지면서 말레이시아의 한 하원의원은 지난주 인도네시아를 역내 "외톨이"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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