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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서 ‘철강 중심지’로… 鄭 “루이지애나 경제 이끌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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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6. 09. 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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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포스코 美 제철소 기공식]
2029년 연 270만t 강판 생산 목표
DRP·전기로로 탄소저감 경쟁력
AI·에너지·인프라 수요까지 공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힘껏 삽을 꽂아 넣자 250여 명의 인파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탕수수가 자라던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의 들판이 들썩이는 순간이다.

미시시피강을 끼고 끝없이 펼쳐진 223만평의 땅. 지금은 흙바람만 날리는 벌판이지만 3년 뒤면 연간 270만톤(t)의 철강재를 쏟아내는 거대한 제철소가 된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서 구축할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밸류체인의 첫 번째 퍼즐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찾은 도널드슨빌에선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의 기공식이 열렸다. 현대제철 창립 이후 첫 해외 제철소이자, 미국 자동차강판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현지 투자의 출발점이다.

이날 현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를 비롯해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윌리엄 키미트 미국 상무부 차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대사 등 한미 정·재계 인사 250여 명이 모였다. 우리 철강기업이 미국 제조업 공급망에 본격 진입하는 데 대한 양국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가운데, HPLS가 그 중심에 있다"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시설투자가 아닌 도널드슨빌과 루이지애나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면서 "13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사회의 부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HPLS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가 미국에 짓는 최초의 자동차강판 전용 일관제철소다. 총투자비는 58억 달러(약 8조원)로,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자동차강판 180만톤(t)과 일반강판 90만t 등 총 270만t이다. 지분은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기아가 각각 15%씩 보유한다. 직접환원설비(DRP)부터 전기로·연속주조·열연·냉연까지 전 공정이 한 부지에 들어서게 된다.

◇물류망·고객사 가까이… 탄소저감으로 '쐐기'

HPLS는 육상과 해상 운송망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물류의 요지에 둥지를 틀었다. 기공식 장소에서 차를 타고 10분가량 이동하면 미국 내륙 물류의 대동맥인 미시시피강을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은 이곳에 향후 파나막스급(약 7만t 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을 구축해 철광석과 철스크랩 등 원료를 대량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인근을 지나는 미국 대형 철도사 노선도 제철소까지 연결해 육상 운송망을 확보할 예정이다.

자동차강판의 최종 수요처와도 가깝다. 미국 남부에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자리하고 있다. GM 텍사스 공장과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 혼다 앨라배마 공장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생산시설도 포진해 있다. 현대제철이 현대차·기아를 넘어 미국 완성차 업체로 고객군을 넓히기에 유리한 고지인 셈이다.

주요 고객사를 끌어모을 핵심 전략은 '품질은 높이고 탄소는 낮추는' 직접환원설비(DRP)다. DRP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고순도의 직접환원철(DRI)을 만드는 공정이다. HPLS는 DRI를 철스크랩과 함께 전기로에 투입해 쇳물을 생산할 예정이다.

◇고강도 관세 너머… '車·AI·에너지' 전방 수요 잡는다

루이지애나행은 높아진 미국의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미국이 철강 제품에 5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25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54만톤으로 전년보다 약 8%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관세 부담과 통상 리스크를 낮춘다는 구상이다. 미국 내 철강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내 철강 수요의 약 25%를 자동차 산업이 견인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교량·도로 보수와 데이터센터·배터리 공장 건설, 에너지망 확충 등이 철강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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