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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금지라던 종이컵은 ‘권고’…갈피 못 잡는 脫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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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8. 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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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캔은 법적 금지…종이컵은 단계적 제한 검토
김성환 장관 “의무화 아니다”…부처 설명과 엇박자
3년 만에 다시 꺼낸 규제…적용 기준·시행 시기는 미정
PET캔 설명하는 김성환 장관<YONHAP NO-4162>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PET캔(캔시머) 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PET캔은 플라스틱 PET 용기를 알루미늄 캔 뚜껑으로 밀봉한 것으로 재활용시 뚜껑과 본체를 분리배출해야한다./연합
이세미1-4 (2)
아시아투데이 이세미 기자
정부의 탈플라스틱 정책이 또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페트캔에는 퇴출 카드를 꺼냈지만, 종이컵은 단계적으로 제한하겠다면서도 "의무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페트(PET) 용기와 금속을 별도 도구 없이 쉽게 분리하기 어렵게 결합한 포장재의 사용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투명한 PET 몸체에 알루미늄 뚜껑을 결합한 페트캔이 재활용 공정에 들어가면 금속이 재생원료에 섞여 품질과 설비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현장의 지적을 반영한 것입니다.

정부가 올해 10%인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의무율을 2030년까지 30%로 높이려면 고품질 재생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정부가 페트캔을 자발적인 사용 자제 대상에서 법적 금지 대상으로 전환한 이유입니다. 규제 대상과 목적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그러나 종이컵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고, 민간에서는 개인컵 할인과 카페업계 협약 등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늘릴 계획입니다.

동시에 매장 규모가 큰 곳부터 종이컵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를 기준으로 적용하면서 대형 개인 카페가 빠지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번에는 매장 면적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33㎡ 이상과 100㎡ 이상 등이 거론되지만 적용 기준과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한 방송에서 종이컵 사용과 관련해 "가급적이면 다회용기를 써야 하지만 의무화는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점입니다. 단계적인 사용 제한을 추진한다는 부처 설명과 의무화하지 않겠다는 장관 발언 사이에 엇박자가 생긴 것입니다.

장관 발언이 현재 추진하는 자율협약만을 뜻하는 것인지, 향후 사용 제한까지 의무화하지 않겠다는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공공부문의 자발적 전환과 민간 매장의 단계적 규제를 병행하겠다는 것인지도 분명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종이컵 규제는 정부가 2023년 한 차례 철회한 정책입니다. 당시 환경부는 다회용컵 세척을 위한 인력과 시설이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종이컵을 사용제한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다시 규제를 추진한다면 당시 문제가 얼마나 해소됐는지, 영세 매장의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부터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종이컵 문제를 계속 자율에만 맡기기도 어렵습니다. 환경부 추산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사용된 일회용컵 231억개 가운데 종이컵이 172억개에 달합니다. 정부는 플라스틱컵을 연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편입하고 공공 장례식장 등에서도 다회용기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품목별 특성이 다른 만큼 페트캔은 금지하고, 플라스틱컵에는 생산자의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며, 종이컵은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금지와 권고는 전혀 다른 정책입니다. 정부가 탈플라스틱 참여를 요구하려면 적용 대상과 시기, 지원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제한하되 의무는 아니다'라는 모호한 설명으로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 현장의 참여도 얻기 어렵습니다.

탈플라스틱은 시민과 소상공인의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종이컵을 줄이기에 앞서 정부 내부의 엇갈린 말부터 정리할 때입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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