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출처·대가성 수사가 핵심…방사청 "현재까지 개인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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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방산업계와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달 31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관계자 A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앞서 방사청 기반전력사업 전력화지원관리팀 직원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B씨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장보고-Ⅱ(KSS-Ⅱ) 잠수함 전술데이터링크(Link-22) 체계개발' 등 무기체계 개발사업 입찰 과정에서 약 4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기관은 B씨가 금품을 받는 대가로 사업 관련 내부정보를 전달하고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점수를 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업체 측의 입장은 다르다. 구속된 임직원이 사업 수주나 특혜를 대가로 방사청 직원에게 직접 금품을 건넨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뇌물로 판단한 자금 역시 회사와 별개의 제3자가 개입한 거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회사 임직원의 뇌물공여로 연결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결국 수사의 핵심은 '4억6000만원의 자금이 어디서 출발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업체 관계자가 이를 지시하거나 인지했는지, 그리고 실제 사업상 특혜와 어떤 대가관계가 있었는지'이다. 제3자를 통한 자금 제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체 관계자의 지시나 공모가 확인된다면 뇌물공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만큼, 자금 흐름과 당사자 간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규명이 필요하다.
구속 역시 유죄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속영장은 수사 단계에서 범죄혐의의 소명 정도와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을 토대로 신병 확보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최종적인 유무죄와 책임 범위는 향후 공판 과정에서 증거조사를 통해 가려진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개별 임직원의 혐의를 방산업계 전체 또는 방위사업 획득체계의 구조적 비리로 확대할 수 있느냐다.
방사청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을 소속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고 있다. 김주철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 1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방사청 직원 1명이 수사를 받는 상황으로 개인적 일탈 행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해당 사업의 중단 여부 등을 법령과 절차에 따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특정 평가위원의 점수가 사업자 선정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는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존 획득체계의 내부통제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방산 획득체계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현기 한국방위산업학회 사무국장은 "국내 방위사업 획득체계가 다단계 검증과 내부통제 절차를 갖춘 만큼 이번 사건을 곧바로 획득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와 감독을 비롯해 3단계 이상의 검증을 거치도록 설계돼 있고, 복수의 평가위원이 참여하는 만큼 개인 한 명이 사업의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실제 해당 직원의 행위가 최종 사업자 선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사업은 소요 결정부터 제안서 평가, 시험평가, 사업관리, 감사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따라서 내부정보가 실제로 특정 업체에 전달됐는지, 해당 정보가 제안서 작성이나 평가에 활용됐는지, 특정 평가위원의 점수가 최종 사업자 선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각각 따져봐야 한다.
다만 다단계 검증체계가 개인의 일탈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내부정보 유출이나 금품수수처럼 공식 평가절차 밖에서 발생하는 행위는 별도의 통제와 감시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기존 내부통제의 사각지대가 확인될 경우 제도 보완도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K-방산 수출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선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크다. 해외 방산시장에서 무기체계의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 준법경영, 내부통제 수준도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조 사무국장은 "방산비리라는 인식은 해외 사업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의혹을 덮자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조사하되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산업 전체에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도한 규제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원인과 내부통제의 작동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감독 절차만 추가하면 획득 과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은 지점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만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향방을 가를 핵심은 '방산비리'라는 프레임이 아니라 증거와 자금 흐름이다. 금품의 출처와 전달 경로, 업체 관계자의 지시·인지·공모 여부, 방사청 직원이 제공한 편의와 금품 사이의 대가성, 그리고 해당 행위가 실제 사업자 선정에 미친 영향을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방위사업에서 위법행위가 확인된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특정 기업이나 방위사업 획득체계 전체를 비리로 규정하면 어렵게 쌓아온 K-방산의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과 기업, 개별 사건과 제도적 문제를 구분해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을 중심으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