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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옵션’ 에어컨 고장…수리 책임은 ‘임대인·세입자’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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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8. 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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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임대인, 계약기간 중 시설 유지 의무
에어컨도 계약 포함 땐 수리 책임 가능
고장 원인·수리비 규모 따라 책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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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건물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모습. /연합
"계약할 때는 풀옵션이라고 했는데, 집주인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서울 광진구 오피스텔에 사는 송건우씨(27)는 퇴근 후 에어컨을 켰다가 덜컹대는 소리와 함께 자꾸 작동이 멈추자 임대인에게 연락했다. 송씨가 에어컨 작동 영상을 찍어 보내자 임대인은 "세입자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장 난 것일 수도 있으니 수리기사에게 원인부터 확인해 보라"고 했다. 송씨는 수리업체에 연락했지만 여름철 예약이 몰려 방문까지 열흘 이상 기다리고 있다.

송씨는 "지난해 9월 입주했을 때 잠깐 틀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올해 여름이 처음"이라며 "수리비를 누가 내야 하는지부터 따져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원룸·오피스텔 등에 옵션으로 설치된 에어컨의 수리 책임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계약할 때는 '옵션'이지만 고장 나면 제품 노후인지 관리 소홀인지부터 따져야 해 수리비 부담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임대인의 책임은 임차인에게 집을 넘겨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이를 사용·수익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임대차계약에 포함된 시설이라면 계약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임대인의 기본적인 의무라는 의미다.

대법원도 이를 토대로 임대인의 '수선 의무'를 인정해 왔다. 임대주택에 파손 등이 발생해 이를 고치지 않으면 계약에서 정한 목적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임대인이 수리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다.

임대인이 주택과 함께 제공한 에어컨도 임대차계약에 포함됐다면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옵션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고장의 수리비를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 상태와 고장 원인, 수리에 필요한 비용 등에 따라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큰 수리가 필요하다면 임대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다만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고장이고 수리 비용이 많이 들지 않다면 임차인이 책임져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변호사는 이어 "결국 제품 상태와 고장 원인, 수리에 필요한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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