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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투자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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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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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서영_증명_웹
윤서영 경제부 기자
"엄마, 나 용돈 좀 줘. 주식 투자하게."

그간 용돈 투정의 목적이 '뽑기'였던 아들이 달라졌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은 최근 주식 투자를 하겠다며 용돈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주식이나 투자에 대해 서로간 상의를 해본적이 없어 '그런 걸 어디서 들었니?'라고 물었더니, TV와 광고 등에서 봤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에게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익숙한 이름이다. 또래 친구들끼리 최근에는 삼전닉스의 보유 유무를 따져 물어본단다. 온 국민이 주식에 투자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틀린 말은 아니었나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보드광고에서 이제 새벽배송 업체 광고는 잘 찾아볼 수 없다. 어느새부터 주식투자,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관련한 광고가 계속된다. 회사만 다를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 1등·국내 1위 ETF' 홍보가 주류가 됐다.

TV에서도 연일 코스피 급락, 급등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니 주식투자를 모른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시중은행 이름은 몰라도 키움증권,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알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에 가서 예금통장을 만들고 적금에 가입하며 배웠던 금융을 이제는 유튜브와 광고에서 주식투자로 배운다. 아이들 세대에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금융의 첫 걸음인 셈이다. 예금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 투자의 시대로 불릴만 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을 보면 사실 추천할만한 장은 아니다.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오가고 있는데 반해, 하루새 변동폭은 10%포인트에 달한다. 한 거래소 임원이 이런 국장을 두고 "코스피가 나스닥이었다면 세계 경제는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코스피가 2000대에서 9000까지 한 걸음에 달려온만큼 성장폭도 크지만, 변동폭도 상당하다. 지난 22일 코스피는 사상 최초 9000을 넘어서며 주요 20개국(G20) 중 상승률 1위(115.1%)를 기록했다가도 바로 다음날 외국인 투매에 9.99% 폭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최근 금감원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했던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도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다. ETF는 상장 주식 여러개를 담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분산투자를 추구하자는 취지인데, 단일종목 ETF가 출시되면서 개인 투자자들 자금이 대거 몰렸다.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인 이 상품은 상승장에선 수익이 커지지만, 주가가 하락할 땐 손실도 커진다.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한 금융당국에서부터 과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데, ETF상품을 만들어 출시한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수백퍼센트의 수익률을 앞세워 마케팅하는 중이다.

어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면, 오늘은 매수 사이드카다.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가는 증시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앞세우는 순자산 1등, 수익률 수백퍼센트는 얼마나 유의미한가. 코스피 지수가 6개월새 115% 넘게 오르는 동안 국내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반도체 1등과 2등이 끌어올린 증시에 빚투로 뛰어든 이도 적지 않다. 당장 자산운용사의 이름부터 외운 아이의 금융 첫 걸음이 이런 국장이라면 걱정부터 앞설 것 같다. 초2 마저 주식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외치는 투자의 시대가 투자를 부추기는 시대로만 끝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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