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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의 에이전틱 이코노미⑨] 카나리아는 이미 떨어지고 있다-노동시장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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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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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이번달 초, 흥미로운 가십성 뉴스가 하나 떴다. 수원과 강남의 명품관에서 인기 모델 가방이 일제히 품절됐다는 소식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받기로 합의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AI 호황의 직접 수혜를 받은 반도체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1인당 최대 6억 원을 받게 됐다.

그런데 같은 시기, 또 다른 풍경이 있다. 한국의 컴퓨터관련학과 졸업생들은 이력서를 50통, 100통 보내고도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AI 호황이 한쪽 끝에서는 1인당 6억 원의 성과급을, 다른 쪽 끝에서는 사상 최악의 신입 채용 절벽을 만든 것이다. 이 부조리한 풍경의 정체를 이 칼럼은 앞으로 삼 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이번 회는 갱도 입구에서 떨어지고 있는 카나리아부터다.

◇ 3년 반 만에 일어난 일
ChatGPT는 2022년 11월 30일 첫 출시됐다. 이제 겨우 3년 6개월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인간 세상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AI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하위 10%였다가 상위 10%로 올라섰고,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모시기 전쟁'을 멈추고 'AI 자동화'를 사유로 정리해고를 시작했고 신입 모집을 대폭 줄였다. 컴퓨터관련학과 졸업생의 일자리는 한 분야에서 20% 가까이 사라졌다. 그 어떤 산업혁명보다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데이터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던 노동의 사다리가, 지금 거꾸로 뒤집히고 있다.

◇ 위쪽 사다리가 정조준당하다
지난 200년의 모든 자동화는 '아래 사다리'를 흔들었다. 18세기 방적기는 손베틀 짜는 여공의 일을, 20세기 컨베이어벨트는 숙련공의 손기술을, 21세기 초 산업로봇은 자동차 조립 라인의 노동을 가져갔다. "공부를 더 해서 더 위로 올라가라"는 부모의 충고가 통한 이유다. 사다리의 위쪽, 그러니까 사무직, 전문직, 고학력 화이트칼라는 자동화의 칼날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그런데 AI는 이 사다리를 정확히 거꾸로 흔들고 있다. 가장 먼저 칼날이 닿는 곳이 바로 그 '안전했던 위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4년 초 분석에 따르면, 선진국 일자리의 약 60%가 AI에 노출돼 있으며, 그 노출도가 높은 직군은 정확히 인지노동·전문직 영역이다. 한국처럼 화이트칼라 비중이 높고 고학력 신입을 대량으로 양성해 온 나라는 그 60%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 탄광 속 카나리아
가장 충격적인 실증 데이터는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에릭 브린욜프슨(Eric Brynjolfsson) 교수팀이 2025년 발표한 "탄광 속 카나리아(Canaries in the Coal Mine)"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나왔다. 이 제목은 19세기 영국 광부들은 갱도 깊은 곳에 내려갈 때 유독가스 유무를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데려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카나리아 새는 사람보다 먼저 유독가스를 감지해 쓰러지기 때문에, 광부들은 그 죽음을 보고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갱도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스탠퍼드 연구팀이 ADP의 수백만 명 임금 기록에서 찾아낸 것은, AI 시대의 카나리아였다.

연구보고서가 지적한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변화는 이렇다. ChatGPT가 등장한 2022년 말부터 2025년 9월까지,채 3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청년 노동자 고용은 13%, 일부 직군에서는 16% 감소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22~25세 신입 개발자 일자리가 같은 기간 무려 20% 가까이 줄었다. 컴퓨터관련 졸업생들이 자신들의 선배가 그랬듯이 쉽고 안전하게 보장되던 대기업의 그 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30대 이상 시니어 고용은 같은 직군에서 오히려 6~9% 늘었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죽는 것이 이번 와해의 법칙이다-단, 가장 어린 똑똑한 사람들만.

신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카나리아였다. 그리고 갱도 안쪽 깊은 곳에서, 시니어들과 경영자들-이 비유의 광부들-은 아직 멀쩡히 일하고 있다. 명품관에서 가방을 사 들고 돌아와, 그 카나리아의 죽음을 보고도 축배의 잔을 채우고 있다.

그들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다음 회들에서 차차 들여다본다.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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