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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선관위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가장 먼저 분노를 터뜨린 것은 2030 세대와 대학생들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국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참정권 침해이자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규정했다. 잠실 개표소 앞에는 나흘째 수만 명의 청년들이 모여 "투표도 못 하는 나라"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정파를 떠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 것에 대해 "시험은 다시 보면 되지만, 무너진 원칙은 회복할 수 없다"며 '재선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선관위에 대한 고강도 수사와 국정조사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뢰를 잃은 합수본 수사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며 '선관위 종합특검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으나, 야당 측은 이를 '면죄부용 꼼수 수사'가 될 것이라면서 독립적인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독립성을 방패 삼은 성역화를 타파하기 위해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 포함 등 해체에 가까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비단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전투표 결과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통계 현상은 유권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통계학의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투표자 수가 많아질수록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득표율은 일정한 범위 내로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계속해서 선거마다 사전투표 결과가 본투표와 정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천시장 선거의 송도 1동과 2동 사례는 너무나 기이하다. 두 지역은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1, 2위 득표자가 정반대일 뿐만 아니라, 투표자 수가 엄연히 서로 다름에도 1, 2위 후보자들의 송도 1동과 송도 2동에서의 사전투표 득표 숫자가 한 자리 숫자까지 정확하게 일치하는 기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만큼 사전투표에 조작 등 부정이 있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중이다.
선관위는 "우연한 일치"라고 하겠지만, 이미 '소쿠리 투표지 이동' 등의 파행을 경험한 유권자들은 더 이상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를 신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결국 지금의 선거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선거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런 만큼 이제는 철저하게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환해 가야 할 시점이다. 복잡한 전산 장비와 전자 개표기, 그리고 관리가 불투명한 사전투표 제도가 오히려 민주주의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의 현행 선거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모델이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세계적인 IT 강국임에도 선거만큼은 철저하게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다. 사전투표가 없고 당일 투표하고 그날 그 자리에서 손으로 개표한다. 투표 관리원이 투표함에서 용지를 한 장씩 꺼내 후보의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고, 이를 참관인과 대중이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칠판에 '바를 정(正)'자를 써 내려감으로써 부정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투표가 끝난 즉시 해당 투표소에서 개표가 이루어지므로 투표지나 투표함의 이송도 필요 없고, 투표함 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꿔치기도 발생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전투표 제도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투표함의 보관과 관리의 문제나 해킹 가능성 등과 같은 보안상의 불확실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서 책임자를 엄벌하는 동시에 선관위를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재 분노한 청년들과 유권자들은 국민이 직접 자신의 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신할 수 있는 '투명한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려면 유권자의 의구심을 한 점도 남기지 않을 선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의 제안처럼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대만처럼 유권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手) 개표 방식을 도입해서 선거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고 신뢰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가 의혹과 불신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김이석 논설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