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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의 우리들의 주거복지] 주거복지 로드맵, 주거비 감축·서비스 강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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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27. 17:48

장용동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최근 주거비 폭등에 항의하는 집회가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이 뉴스는 우리에게 다소 생경하지만 시사점이 많다. 시위 환경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도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겪어야 할지 모르고 이를 대비해 사전에 더 촘촘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위가 가장 극심한 스페인의 경우, 수도 마드리드 도심을 비롯해 대도시 곳곳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만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임대료를 낮춰라, 주거권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등 우리에게 별로 낯설지 않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 사태 이후 연 3~6%대의 경제 성장률을 실현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는 모범국이지만 주거비가 연 13% 폭등하다 보니 청년들은 월급의 98.7%를 방값에 쏟아부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16~29세 독립 비율이 14.8%로 급락, 통계조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른바 캥거루족이 급증하고 있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시내 중심가 빌딩까지 텅텅 비던 과거와 달리 경제 활성화 정책이 먹히면서 임대료가 폭등하고 월세 부담과 함께 매물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약자 주민들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불만이 커지는 추세다. 외신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노동자와 대학생 등 약자 임차인들 항의가 잦았던 영국의 런던에서도 최근 주거권 확보를 위한 집회가 재등장하고 있다. 특히 세입자 단체와 노조가 임대료 통제와 공공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도 평균 임대료가 30% 정도 오르자 지난 3월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유럽 전역에서 임대료 폭등에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임대료 폭등에 따른 항의 시위는 우리와 달리 서구에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 서유럽 및 북미 국가들이 이러한 집단 반발을 계기로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주거 안정 노력을 일찍부터 기울여 주거복지제도를 도입하고 꾸준히 발전시켜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1915년 글래스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대료 지불 거부 대규모 시위(Glasgow Rent Strike)와 세입자 운동이 공공주택의 확대를 통한 주거복지 프로그램 개발의 계기가 되었다.

이 같은 조류가 네덜란드를 비롯해 아일랜드, 러시아 등으로 확산하면서 영국은 오늘날 주거복지 선진국으로 부상했다. 미국 역시 임대료에 불만을 품은 세입자들의 잇따른 대규모 시위가 다양한 서민 주거복지 정책을 서둘러 도입하는 단초가 되었다. 1907년 뉴욕 맨해튼 지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급등하는 임대료에 반기를 들고 시위를 벌인 이후 지난 1960~70년대의 뉴욕 할렘 지구 집회, 코로나 이후 뉴욕에서 임대료 상승과 주거환경 개선 시위 역시 주거복지 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난 2015년 이래 3년 동안 지속된 최근 런던대학교를 주축으로 벌인 청년들의 집세 지불 거부 운동은 큰 반향을 불러오면서 다른 많은 대학으로 퍼져나갔고 임대료 삭감 캠페인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국가에서 발생한 렌트 스트라이크(rent strike)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세입자들의 소득에 비해 주택 임대료가 너무 급등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또 임대인인 집주인들이 영리 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데만 급급하고 임차인인 세입자들을 위한 적정한 주거 서비스 및 시설 관리 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것에 대한 개선 요구가 분출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임대료에 시달리는 세입자들과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배려와 대안적 주거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만과 경고의 움직임 성격도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초양극화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구조를 보면 이들 국가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임차 가구 중 월세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지는 가운데 수도권 세입자의 경우 월급의 20%를 임대료로 지불할 정도로 집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평균 소득의 34%를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는 임대료 문제에 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회주택 제공 및 임대료 보조, 주거 서비스 제공 등 보다 실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발굴, 젊은 계층의 주거 불안 해소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공급과 집값, 소유규제에만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주거 빈곤율이 높은 35세 미만의 청년층과 65세 이상의 노인층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새롭고 혁신적인 주거복지 로드맵을 기대한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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