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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장(市場)을 가다] ③ 청량리시장, ‘MZ핫플’…모든 세대 머무는 ‘힙한’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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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 박아람 기자

승인 : 2026. 02. 18. 15:38

폐극장이 MZ 핫플로…유튜브가 키운 맛집 성지
케데헌 영향, 한방진흥센터 외국인에 '인기
3D 입체주소·노점 정비…서울시·동대문구 대책 본격화
9개 특화시장 통합 브랜드화…'글로벌마켓 톱5' 정조준
0218메트로톱
아사아투데이 디자인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제삿상에 올릴 과일을 살피는 주부부터 생선 가게 앞 어르신, SNS 인증샷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 '힙한 전통시장'을 체험하러 온 MZ세대까지. 평일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시장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어르신들의 홍대'로 불리던 청량리종합시장이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8일 서울시와 동대문구에 따르면 청량리종합시장 일대에는 총 2341개 점포가 밀집해 있다. 현재 9만평(약 30만㎡) 규모로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평일 3만명, 주말 10만명에 달한다.

1949년 해방 직후 자생적으로 생겨난 청량리전통시장은 1960년대 청과물·경동시장이 들어서고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급격히 확장됐다. 현재는 경동시장·경동광성상가·청량리 종합시장·농수산물시장·종합 도매시장·청과물시장·전통시장·수산시장·약령시장 등 9개 특화시장이 청량리동~제기동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기획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경동시장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재훈 기자
변화의 진원지는 경동시장 한복판의 '스타벅스 경동 1960점'과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다. 폐극장을 개조해 문을 열자 MZ 핫플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먹방 유튜버들이 숨은 맛집을 소개하면서 청량리시장은 맛집 탐방 코스로 각인됐다. SNS와 유튜브로 알려진 한 통닭집 사장은 "전엔 지역 주민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 보고 오는 젊은 층까지 남녀노소 손님이 아주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찾은 김미주씨(28)는 "지저분할 줄 알았는데 세련된 카페와 노포 맛집이 있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고 했고, 인도 여행객 비슈왑씨(30)는 "한국의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해서 왔다"며 "기념품이랑 젓갈을 샀는데 굉장히 흥미롭다"고 신기해했다.

세대교체도 활기에 불을 댕겼다. 젊은 2세 상인 90여 명이 유입되며 변화에 속도가 붙었고, 최근 2년간 점포별 월평균 카드 매출액은 70.4% 늘었다. 30년 동안 2대째 약재와 꽃차를 파는 김성기씨(52)는 "K컬처가 인기를 끌면서 전통약재와 꽃차를 찾는 2030대와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기획1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스타벅스 경동1960점. 예전 극장식 자리 배치가 독특해 시민들과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정재훈 기자
경동시장 건너편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애니매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의원 닮은꼴로 알려지며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이날도 일본인 관광객이 전통 약탕기 모형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센터 방문객은 2024년 14만6227명에서 2025년 17만5407명으로 20% 늘었다. 특히 이 센터에서는 한방 약초물로 '족욕'을 체험할 수 있다.

약령시장을 끼고 있는 이 센터 덕분에 K-웰니스를 체험하러 오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시장 간 연결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청량리·경동시장 건너편에 있지만 분절돼 '따로 찾는 공간'에 머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복례씨(72)는 "청량리·경동시장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여기(약령시장)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약재상이라 약 지으러 나오는 사람이나 각지에서 도매로 약 사러 오는 사람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기획2
서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서울한방진흥센터 앞 전통약탕기 모형 앞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재훈 기자
동대문구 관계자는 "청량리·경동시장에 몰린 발걸음이 약령시장까지 이어지지 않는 점은 분명한 과제"라며 "그동안 약령시장이 약재 구매 중심의 기능적 시장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제는 체험과 관광, 일상 소비가 결합된 공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동대문구는 약령시장과 서울한방진흥센터, 경동시장, 청량리 일대를 하나의 생활·관광 권역으로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 간 경계를 허무는 스토리형 동선 구상과 공동 행사·축제, 주말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 번 들르는 곳'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문 코스'로 인식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기획
서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은 시민과 외국인관광객들이 약초 족욕 체험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미로 같은 골목 구조도 오랜 숙제다. 2200여 개 점포가 17만㎡에 빼곡한 탓에 화재에 취약할 뿐 아니라, 지도앱을 아무리 뒤져도 건물 전체 주소만 나올 뿐 원하는 상점 앞까지 안내받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통시장 입체주소 지능화 시범사업'을 완료해 점포·건물·시설물에 X-Y-Z 좌표 입체주소를 부여하고, 네이버·카카오 지도앱과 연계해 상점 앞까지 길안내가 가능하게 했다. 소방시설 위치도 3D 지도로 소방재난본부와 공유해 골든타임 확보에 나선다.

동대문구도 '쾌적·안전·연결'을 강조하며 서울 자치구 최초로 '거리가게 실명제',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로법 특사경' 제도를 도입해 노점상 578개소 중 254개소(44%)를 정비했다. 나아가 9개 시장을 '마켓몰청량'으로 통합 브랜드화하고, 한방 팝업스토어·클래스·미디어아트 보행로 등 문화·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더해 '글로벌 톱5 시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도 경동시장 청년몰을 찾아 "시장의 현대화를 넘어 시장의 문화화를 추진하겠다"며 관련 규제 개선을 약속해 힘을 보탰다.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기획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신관을 찾은 시민들이 청년몰을 이용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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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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