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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물산 지분 20% 돌파… 상속세 졸업 앞두고 지배구조 재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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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12. 03. 17:55

홍라희 지분 1.06% 증여로 입지 강화
지배력 확대로 전략적 유연성 높여
상속세 완납땐 1700억원 배당 확보도
삼성생명법 변수로 재편 가능성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20%대를 확보하며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부터 물산 지분 1.06%를 증여받으면서다. 이번 증여는 5년간의 연부연납 마침표를 앞두고 홍 명예관장의 총수지배력 보탬이라는 해석이다. 이 외에 삼성생명법 등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책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그룹 지배구조 정점의 지배력을 선제적으로 다지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1.06%(보통주 180만8577주)를 2026년 1월 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전량 증여할 예정이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가 9% 넘게 급등하고, 삼성전자 역시 1.06% 상승한 금액에 거래를 마친 것도 이러한 지분 이동 소식이 전해지며 지배구조 변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여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9.93%에서 20.99%로 높아진다. 2020년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별세 이후 상속으로 확보한 지분에 홍 명예관장의 지분까지 더해지면서 총수 일가 내 삼성물산 지분이 이 회장 쪽으로 명확히 집중되는 흐름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지분 이동은 단순한 가족 간 증여를 넘어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을 선명하게 재정렬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맡아왔다. 삼성 지배구조는 '물산→생명→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9%를 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년 4월을 마지막으로 이 회장의 상속세 납부가 끝나는데 5년 연부연납을 드디어 졸업하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뉴 삼성' 체제의 완성으로 볼 수 있고, 물산 지분 1%는 상당히 큰 지분이라 이번 증여는 총수 지배력을 정점에서 확실히 묶어두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여 계약일은 이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임관식을 치른 날인 만큼 (홍라희 명예관장이) 상징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상당 부분이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한 공탁·담보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중 1263만8520주(7.44%)를 상속세 담보로 공탁한 상태다. 지분이 일부 묶여 있는 만큼 홍 명예관장의 증여는 중요한 보탬이다. 내년 4월 상속세를 완납하면 2021년부터 해마다 약 48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해 온 이 회장은 완납 후 매년 약 1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배당금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회장의 지배구조가 명확해지는 만큼 향후 그룹 차원의 전략적 유연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건설, 패션, 상사뿐 아니라 바이오 지분 등을 묶고 있어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은 여전히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평가다. 대규모 지분 매입이나 지주회사 전환은 공정거래법상 전환 비용, 자회사 지분 평가, 순환출자 해소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비금융 분리 논의도 변수다.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 금융과 산업 계열을 동시에 거느린 대표적 그룹이다. 정부와 국회는 오래전부터 금산분리를 원칙적 방향으로 제시해왔다. 정책 변화가 본격화할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구조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이처럼 정책·감독 환경의 변화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중심의 정점 지배력 강화가 사전 대응적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외에도 재계가 이번 증여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삼성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책·금융 리스크가 동시에 고조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돼 온 보험업법 개정, 이른바 '삼성생명법'은 삼성의 주요 리스크로 꼽혀왔다.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규제를 전환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원가 기준에서는 규제 한도를 충족하지만 시가로 환산할 경우 한도를 상당 폭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개정안이 실제로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초과분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는 지분 매각 등 지배구조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런 변화는 '생명→전자'로 이어지는 기존 지배구조 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재계가 예의주시하는 사안으로 꼽힌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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