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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셧다운 해법 여전히 평행선…트럼프 “오바마케어는 세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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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1. 09. 10:26

트럼프 "보조금 중단하고 국민에게 직접 지원"
복지·항공 등 피해 확산…여야 '명분 싸움' 지속
USA-SHUTDOWN/AIRLINES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에 착륙하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 뒤로 미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39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상원이 주말 회기를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여야가 모두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면서도, 핵심 쟁점인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법)' 보조금 연장을 둘러싼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주말 회의는 시작부터 험로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진 중인 'ACA 세금공제 1년 연장안'을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오바마케어는 세계에서 가장 형편없는 의료제도"라며 "보험사에 돈을 쏟아붓는 대신 국민에게 직접 자금을 지급해 스스로 보험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제안이 이번 셧다운 해법의 일부는 아니지만, 논의할 여지는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 다수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하며 민주당의 연장안을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오바마케어가 유지되는 하루하루가 보험사엔 돈잔치일 뿐"이라며 "이 제도는 이미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에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의원은 "보험사 개혁 논의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수백만 명의 국민을 무보험 상태로 내모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은 셧다운 해제를 위한 '절충안'을 모색 중이다. 이들은 정부를 일시적으로 재가동하는 대신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은 향후 별도의 표결로 처리하자는 구상이다.

이 안은 식품보조(SNAP), 재향군인 복지, 의회 운영비 등 일부 부문 예산을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부처 예산은 12월 말 또는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부분적으로라도 재가동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자는 취지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셧다운은 우선 해제되지만, 건강보험 보조금의 향방은 향후 표결에 달리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도 "건강보험 관련 법안에 대한 표결을 약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보조금이 종료될 경우 내년 보험료가 평균 두 배 가까이 오를 수 있다며 조속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오바마케어를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한 약 24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세금공제를 통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회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수백만 명이 보험을 잃고 병원비로 파산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방치하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은 "보조금이 보험사 배만 불린다"며 지원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조기에 해제하기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법안 통과 시 60표 요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이 스스로 60표 장벽에 묶여 민주당의 발목잡기를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번 요구만큼은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튠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는 상원의 기본 질서이자 양당 협치를 위한 장치"라며 "폐지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대신 민주·공화 중도파 의원들이 논의 중인 '양당 패키지 예산안'을 중심으로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패키지는 하원이 이미 14차례 부결시킨 단기 예산안을 대체하는 내용으로, 11월 21일까지였던 임시 예산을 내년 초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피해는 일상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연방정부 일부 부처가 10월 1일 예산 소진 이후 가동을 멈추면서 공공서비스 전반이 마비됐다.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상태로 일하거나 일시 휴직 중이며, 공항 운영과 항공 운항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교통안전청(TSA)과 연방항공청(FAA) 직원 결근이 잇따르면서 일부 공항에서는 항공편이 10%가량 줄었다.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주요 공항에서는 대기 시간이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식품보조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저소득층 가정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셧다운이 6주를 넘기면 미국의 분기 성장률이 0.2~0.3%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장기 셧다운이 이어질 경우 정부의 신용등급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셧다운을 단순한 예산 분쟁이 아닌,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화당은 재정 건전성과 '작은 정부'를, 민주당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내세우며 각각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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