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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믹스 해법③] 갈 길 먼 한국 원전…‘비효율’ 계속운전 제도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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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07. 17. 06:00

미국·일본, 원전 20년 계속운전 허가
짧은 심사주기, 가동 중단 반복돼 손실
복잡한 절차, 10년 기한 채우기 어려워
전문가 “계속운전 제도, 규제 전문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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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에너지믹스 정책 해법으로 원전 계속운전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운영기간 확대와 심사절차 효율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들에 비해 까다로운 규정을 대입하는 한국 원전 정책의 개선 없이는 AI 산업 전력 수요 대비는 물론 에너지믹스 정책의 순항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원전 계속운전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국은 미국과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으로 총 182기가 운영 중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94기와 14기의 원전의 최초 허가기간을 40년으로 잡고 20년의 계속운전을 허가하고 있다. 일본은 1회 추가연장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연장 횟수의 제한이 없다. 캐나다와 프랑스는 최초 허가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17기와 57기의 원전에 10년간 계속운전을 허가한 뒤 추가 연장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한국에는 계속운전 중인 원전이 없다. 고리1호기가 설계수명이 종료된 이후 10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까지 가동된 바 있고, 월성1호기는 2022년까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지만 2019년 조기 폐쇄된 바 있다. 현재 고리2·3·4호기와 한빛1·2호기, 한울1·2호기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고, 월성2·3·4호기도 계속운전을 위한 목표를 수립 중이다. 지난 2023년 만료된 고리2호기는 올해 재가동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 의결과 설비개선 공사 등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해 가동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일단 원안위 심사를 위한 관련 평가서를 다 제출하고 주민 의견 수렴까지 끝나 계속운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업자에서 보면 길고 복잡한 절차로 원전 운영이 중단되거나 재가동이 지연되는 등의 번거로운 문제가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들에 비해 비효율적인 원전 계속운전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짧은 심사주기 탓에 원전 가동 중단이 자주 반복되고 10년 기한을 허가 받아도 신청 준비와 안전성 평가 등 절차에 3년 반이 소요돼 온전히 기한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영 사업자가 투자한 설비 개선 비용을 보전하기 어렵고 원안위도 심사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단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처럼 연장 기간을 늘리거나 계속운전 승인 후부터의 10년 운영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 1기가 정지할 경우 4000억원의 손실이 일어나고 이는 향후 조 단위의 막대한 부담비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원전 계속운전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계속운전을 하면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설비개선을 통해 신규원전 못지않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며 "문제는 인허가 심사가 늦어진 만큼 계속운전 기간이 줄어든다는 점인데, 승인이 난 후 10년간 계속운전을 보장해주는 제도 보완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계속운전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제성 측면으로 볼 때 10년만으로 설비개선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주기적 안전성평가(PSR)를 받은 후 방사선환경영향평가(RER) 보고서 초안에 대한 주민 공람과 공청회,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 신청 등 길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운전을 신청할 예정으로,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한정된 인력으로 이를 제 때에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안위가 2~5년 전으로 규정됐던 계속운전 신청 기간을 5~10년으로 늘렸지만 설비를 개선 이후 또 인·허가받아야하기 때문에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럽과 미국의 제도가 혼재돼 한국의 법체계와 맞지 않는 현행 계속운전 제도와 규제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문주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위원은 "안전성 평가 후 원안법에서 요구하는 최신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설비 개선에 많은 돈을 투자 하는데 10년만 운전하고 끝낸다는 것은 기관과 사업자 모두에게 너무 소모적"이라며 "같은 기술로 만든 원전의 경우 한 번 완벽한 심사가 이뤄지면 다음 원전 심사에서 기간을 완화하는 등의 부담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에서 열린 2025 원자력안전규제정보회의에서 원안위는 계속운전 심사 효율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밀려드는 계속운전 신청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심사자 중심의 안전조치 정성평가 방식을 종합안전성평가 수행체계로 효율화하고, PSR 항목 중 수요기기 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영향에 관한 사항 등 원자력안전법과 중복된 평가 항목들을 수정해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주민공청회 무산 등으로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의견수렴을 거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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