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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니얼 퍼거슨의 경고, 대한민국 정부도 경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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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29. 18:19

- 퍼거슨의 법칙,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지불이 국방비 지출을 초과하면 초강대국 지위 상실
- 니얼 퍼거슨, 경제력과 초강대국 지위 간 상관관계에 대한 '퍼거슨 법칙'이란 지표 제시
- 이는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경고이자, 강대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도 경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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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고문
어떤 나라의 안보를 위한 국방력의 증강도 결국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한 나라의 GDP 가운데 방위비 지출을 몇 퍼센트 정도 하는 게 적정할 것인지, 적정한 방위비 규모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물론 직면하고 있는 지정학적 안보 환경이 어떤가에 따라 적정 방위비의 규모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의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각종 전쟁이 발발하고 있는 와중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ATO 회원국들에 대해 GDP 5%까지 방위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했고 NATO 회원국들은 이를 수용했다. 그만큼 지정학적 안보환경이 험난해지고 있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도 GDP 5% 정도의 방위비 부담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위비 문제와 관련해서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이 최근 자신의 논문에서 '퍼거슨 법칙'이라는 하나의 기준이 될 만한 흥미로운 지표를 제시했다. 바로 '퍼거슨의 법칙: 부채 상환, 국방 지출, 그리고 강대국의 재정적 한계(Ferguson's Law: Debt Service, Military Spending, and the Fiscal Limits of Power)'라는 논문에서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지출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서는지 여부'가 어떤 국가가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는 '퍼거슨의 법칙'을 제시했다.

이 '퍼거슨의 법칙'이라는 니얼 퍼거슨이 아니라 애덤 스미스 시절 활동하던 경제학자 애덤 퍼거슨의 이름을 딴 것인데 이 법칙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국방비보다 부채 상환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강대국은 더 이상 강대국이 될 수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의회예산처(CBO)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이 거의 한 세기 만에 처음으로 2024년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비용이 GDP의 3.1%로 국방비 2.9%를 처음으로 초과했다고 한다.

니얼 퍼거슨이 '퍼거슨의 법칙'을 주장하자 여기저기서 이제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방위비를 늘리면 민간의 소비지출을 위한 지출은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는 데 국방비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히 사회보장지출이 일정한 규모에 달하고 이는 법정지출로서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국방비를 유지할 여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트럼트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퍼거슨의 법칙'에 따라 초강대국 지위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퍼거슨의 법칙이란 개념의 존재를 필자에게 처음 알려준 정병국 전 에티오피아 대사는 '퍼거슨의 법칙'의 의미를 일부 인사들처럼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 상실 가능성'과 타국의 초강대국 등장 가능성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일반적으로 국가부채를 쌓아서 그 이자부담이 커질수록 국가안보를 위한 지출을 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제 국제적 분쟁이 일어나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나 국제법을 통한 분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멀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국내문제와 달리 국제문제는 국가 간 합의의 이행을 확보할 믿을만한 강제력을 지닌 세계정부와 같은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국제기구를 통한 분쟁의 해결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혹은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과 같은 전쟁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안보를 잘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채의 이자부담이 국방비보다 더 많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퍼거슨의 법칙을 조금 완화한 기준이라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가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키워나가길 원한다면 특히 더 그럴 것이다. 국채를 누적시키면 미래 세대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거나 현재 세대들에게 인플레 조세를 물게 만든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익히 강조돼 왔던 것들이다. 이에 더해 우리는 국채의 누적이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퍼거슨 법칙'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이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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