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홀몸 어르신 37명 참석
평균 연령 78.1세…최고령 9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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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무계원. 툇마루에 걸터앉아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던 '북촌'은 "영화를 좋아해서 문화생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이면 더 좋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낮 기온이 32도 가까이 오르는 무더위에도, 무계원 마당은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꽃무늬 모자와 스카프,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낸 참가자들은 옷깃을 고쳐 입으며 가볍게 웃었고, 어색한 기색 속에서도 잔잔한 설렘이 천천히 번져갔다.
'현철'은 "시니어 클럽에서 추천해줘서 왔다"며 "누구를 만나겠다는 기대를 갖고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을 한 번 지켜보려고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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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지금은 100세 시대를 넘어 110세, 120세 시대"라며 "오늘 사랑에 빠지지 않으셔도 되니, 동네 친구를 사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나이와 실명 대신 '브론슨' '선우용녀' '심당' '코스모스' '꾀꼬리' 등 자신이 직접 정한 닉네임을 적은 이름표를 달고 서로를 마주했다.
행사는 초성 퀴즈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함께 답을 맞히며 조금씩 긴장을 풀었고, 쑥스러워하던 얼굴에도 서서히 웃음이 번졌다.
이어진 일대일 대화는 여성 참가자들이 자리에 앉고 남성 참가자들이 원하는 테이블로 다가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머뭇거리던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맞춰 입은 '코스모스'가 움직였다. 그는 안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심당'에게 "앉아도 되겠냐"고 묻고는 "오면서 버스에서 만났던 것 같은데 인상이 환하시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문화예술 취향을 나누고 싶다던 '북촌'은 예술가 느낌의 '쏘나기'와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연락처를 교환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반대로 여성들이 움직일 차례가 되자, '꾀꼬리'는 "하나, 둘, 셋" 신호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유비'에게 다가가 자리를 잡았다. 두 참가자 역시 곧장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호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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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쏘나기'님이 사진작가라 예술에 대한 관심이 잘 맞았다"며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만나 식사권을 함께 쓰기로 했다"며 '쏘나기'와 함께 무계원을 나섰다.
정 구청장은 "어르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삶에 활력을 되찾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가을 또 한 번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를 열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