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인건비·토지가격 상승 '삼중고'
부동산 경기 침체에 분양가 인상도 쉽지 않아
일부 건설사는 조합과의 마찰 감수하고 공사비 증액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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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국내 대형 건설사 9곳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91.2%였다. 1분기 기준 2022년 90.0%, 2023년 91.3%, 작년 92.3%에 이어 4년 연속 90%대를 유지 중이다.
이 중 가장 높은 매출원가율을 기록한 기업은 롯데건설로, 95.4%에 달했다. 이어 △현대건설(93.1%) △현대엔지니어링(93.0%) △포스코이앤씨(92.0%) △SK에코플랜트(91.3%) △GS건설(90.5%) △DL이앤씨(89.3%) △HDC현대산업개발(88.3%) △대우건설(88.0%) 등의 순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4년째 90%대 매출원가율이 유지되는 원인으로 원자잿값·인건비·토지 매입가 인상에 따른 건설원가 상승을 꼽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의 가격변동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3월 기준 131.23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2022년 121.46, 2023년 127.34, 작년 130.05에 이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약 8% 오른 셈이다.
임금도 상승세다. 대한건설협회가 연초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전체직종 평균 임금은 27만6011원으로, 작년 동기(27만789원) 대비 1.93% 올랐다. 2022년(24만2931원)과 비교하면 13.6% 상승했다.
토지 가격 역시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용도지역별 지가지수를 보면 3월 기준 전국 주거지역 가격은 2022년 97.7에서 2023년 99.1, 2024년 100.4, 올해 102.8 등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원가 부담을 분양가 인상으로 상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주택 수요 심리가 위축된 상황인 만큼, 일부 수도권 주요 단지를 제외하면 청약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분양가를 책정하게 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부채 리스크 등을 피하기 어렵다"면서도 "고정된 가격 안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결국 자재나 공정에서 원가 절감을 강요받게 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건설사들은 당초 수주한 단가로는 공사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사업 주체와의 공사비 증액 협상에 나서고 있다. 최근 GS건설은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조합과 520억원의 증액안에 합의했다. 현대건설도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과 25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늘리는 데 대한 협상을 마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 절감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사비 증액에 힘쓰는 모양새"라며 "다만 최종 합의에 실패할 경우 입주 지연 이나 심할 경우 시공사 교체 등의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