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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경고에도 “과도기”… 美증시 4조 달러 날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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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5. 03. 11. 17:32

관세전쟁으로 경제 경착륙 위기감
中 보복관세 발효로 인플레 우려도
고용지표 하락… 카드 연체율 상승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는 전날 발언이 도화선이 돼 10일(현지시간) 미 증시에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832조원)가 증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매우 큰 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기적 시기가 있다"며 "내가 해야 할 일은 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주식 시장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여파로 이날 주식 시장은 요동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90포인트(2.1%) 하락했고, S&P500 지수는 2.7%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 급락하며 202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3대 주가지수 모두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일 당시보다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중국이 이날 0시(중국 시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10%+10% 관세 인상'에 맞서 미국산 농축수산물을 대상으로 10~15% '2차 보복 관세' 조치를 발효, 관세전쟁에 본격 돌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의 여파가 '부메랑'이 되어 미국 농가들을 덮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무역 상대국과 대대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어 경제 경착륙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은 정부 지출 축소와 공무원 감원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주가 하락이 큰 문제는 아니며,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은 관세가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연방 지출과 자산 가격 상승에 의해 장기간 유지돼 온 경제가 이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7일 CNBC 인터뷰에서 "고통이 따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이 이어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기'언급이 나오면서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은 고용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자동차 할부금과 신용카드 연체율이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또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주문이 보류되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기업들은 출장까지 줄이면서 지출을 단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새 행정부의 감세·규제 완화와 경기 부양을 예상하며 증시 랠리를 이끌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은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JP모건 체이스의 경제학자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극단적인 정책'을 이유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몇 년간 경제 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골드만삭스 역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12개월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15%에서 20%로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연방 정부 인력 감축과 주요 교역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위협을 동시에 가하며 정·재계를 놀라게 했다. 연방 정부의 인력 감축이 실업률 상승 없이 이뤄지려면 민간 부문이 이를 흡수해야 하는데 기업들이 수입품과 원자재에 대한 관세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소비자 지출 감소도 우려된다. 연방 정부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정부 자금이나 계약에 의존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대량 해고 등 불확실성 속에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은 예상보다 높은 관세도 감내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정부의 최종 계획에 대한 확실성을 원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요구를 일축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관세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 둔화 위험을 고려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높고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하락하는 흐름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고 WSJ은 지적했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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