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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반성문 쓴 신영증권 연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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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1. 02. 18:24

증명사진
"2024년 저의 가장 큰 실수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총 45페이지에 달하는 반성문을 썼습니다. 소속된 연구원 16명 모두가 지난 1년 간 증권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경시했던 부분들을 털어놓고 실수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벌써 3번째 반성문입니다.

첫 챕터에는 김학균 센터장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간과한 채 국내 기업들을 분석한 사실을 실수로 언급하며, 앞으로는 중국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제대로 가치평가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뒤이어 고백을 이어간 박소연 연구원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정도로 자본시장 내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다음, 스스로 한국 주식시장의 누적된 문제를 너무 과소평가한 점을 반성했습니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한 해 동안 발간한 리포트들을 회고하고 미흡했던 부분들을 자신의 실수로 치부하는 반성문을 내놓는 건 신영증권이 유일한데요. 여태껏 연구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 쌍방향적인 소통이 전혀 없었던 만큼, 업계에선 해당 콘텐츠를 두고 이색적이라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건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실패를 반추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특정 기업에 대해 제시됐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사이의 괴리율이 190%를 넘기면서, 일부 연구원들이 눈총을 받기도 했는데요. 역시나 분석을 실패한 것에 대한 반성 등의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반성문 콘텐츠가 리서치센터에 대한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존재합니다. 실패에 대한 성찰은 오히려 신뢰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분석이라는 게 항상 성공할 수만은 없음에도, 실패를 하게 되면 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의 이미지가 씌워지게 된다"며 "반성문 콘텐츠는 이런 문제를 해소시켜주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지점도 있었는데요. 리서치센터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매수 리포트 관행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재작년 금융감독원이 이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건 없는 상황입니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리포트 비중은 87.1%이며, 매도 리포트는 0.1%에 불과합니다. 각 연구원들의 리포트 내용을 넘어 리서치센터의 근본적인 문제들도 되짚어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중립' 의견을 '매도' 의견으로 읽어야 한다는 웃픈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아쉬움에도 업계에선 신영증권 반성문을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모두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일관하며 넘어갈 때, 유일하게 다시 한 번 되돌아봤기 때문이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회복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절실한데요. 신영증권 반성문 콘텐츠가 신뢰 회복을 위한 좋은 사례가 돼, 많은 증권사들도 이를 받아들이길 기대해봅니다. 이를 통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주변에 둘러싸인 불신들을 걷어내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봅니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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