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탄핵정국으로 힘 빠진 정부… ‘대왕고래’ 앞날도 안갯속
1차 시추 예산도 대폭 감액… 여야 협상 재개 가능성도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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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작업을 진행할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는 이날 오전 부산항 남외항으로 입항했다. 시추선은 이후 통관 수속 및 기자재 선적 등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시추 위치 해역으로 향해 이달 중순 경 첫 시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단 1차 시추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차 시추를 하지 않으면 조광계약상 석유공사 측에서 패널티를 물게 돼 있다"며 시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추 작업 착수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돼 있는 만큼, 1차 시추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련 예산 처리가 국회에서 발이 묶인 데다 사업에 힘을 실어 온 정부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하며 향후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까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1차 시추 작업을 위한 예산(497억원)을 포함한 프로젝트 예산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506억원 규모로 통과됐으나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 의결로 98%가 삭감돼 8억3700만원만이 통과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아 이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정국이 급변하면서 여야 합의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협상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정치 여건에서 정부의 요구대로 예산을 감액 없이 관철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예산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프로젝트가 힘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야당에서는 꾸준히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지적해 왔고, 사업에 공을 들여 온 정부는 정권의 조기 종식이 유력시되며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정국과 관계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계획에서 변경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도 "시추 작업들은 정권 문제가 아니라 옛날부터 영해 주권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해 왔던 일이다. 정치와 관계없이 행정부에서 꾸준히 해 왔던 실무적인 일"이라며 "실무자들은 정치 상황 등을 신경 쓰고 일하기보다는 실무에서 업무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다. 그에 맞춰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 관계자 역시 "한 해에 한두 번씩 시추를 하는 것은 늘 하던 일인데 갑자기 정치적으로 이슈가 돼서 힘든 것"이라며 "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추진이 돼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