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베네수엘라發 2차 이민자 대란 오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802010000965

글자크기

닫기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08. 02. 11:13

20240802_033954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유엔 사무소 주변에서 부정선거를 고발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AFP 연합뉴스
부정선거 의혹이 증폭되면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등 베네수엘라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발(發) 대규모 엑소더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베네수엘라 국민이 6명 중 1명꼴로 독재를 피해 이민길에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칠레 일간 비오비오에 따르면 카롤리나 토하 칠레 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후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국민이 급증할 수 있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고 지난달 31일 (현지시간) 밝혔다. 회의에는 국방부와 경찰, 이민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토하 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대대적인 이민행렬이 이어질 수 있고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전문가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장기집권을 하게 된 베네수엘라에서 동시에 대규모 탈출이 있진 않겠지만 앞으로 수개월 내 약 500만 명이 탈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의 인구는 2380만명 정도다.

칠레로선 베네수엘라 이민자 폭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가 안정돼 있는 칠레는 모국을 탈출해 사실상 난민 신세가 된 베네수엘라 이민자에게 가장 정착하고 싶은 국가 중 하나다. 이민국 통계에 따르면 현재 칠레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80만 명에 달한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들어선 후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이민자 800만 명 중 10%가 칠레에 둥지를 튼 셈이다. 칠레는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에콰도르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받아준 국가였다.
대규모 베네수엘라 탈출 바람이 분다면 칠레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순식간에 100만 명을 돌파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민자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간 비오비오는 산티아고대학의 호르헤 아라야 교수 등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경제적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난 5~7년간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칠레의 안전(치안)은 물론 교육, 국민보건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칠레는 지금 당장 더 많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보도했다.

칠레 내무부는 차관을 단장으로 한 점검단을 북부로 파견, 2일까지 국경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칠레는 베네수엘라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지만 페루 및 볼리비아 등을 경유하면 육로로 연결된다. 내무부 관계자는 "(무단으로 마구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지체 없이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정부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대선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7개 남미국가에서 외교관들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주칠레 베네수엘라 대사관은 지난달 29일 오후부터 대민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사실상의 잠정적 대사관 폐쇄다. 칠레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영사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 여권갱신도 불가능해져 졸지에 국제 미아 신세가 됐다.

칠레 정부는 여권이 유일한 신분증인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체류자가 적지 않음을 감안해 유효기간이 지난 여권으로도 출국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한편 페루도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에 드론을 띄우는 등 이민자 폭증을 우려해 국경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