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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지연 법원, 이번엔 北에 해킹까지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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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5. 12. 18:31

사법부에 보관돼 있어야 할 개인정보가 북한에 대거 해킹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2일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집단이 국내 법원 전산망에 침투해 2021년 1월 7일 이전부터 지난해 2월 9일까지 2년 넘게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1014GB(기가바이트) 규모의 자료를 해킹했다고 밝혔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정부 합동 조사 결과 법원 자료는 국내 4대, 해외 4대 등 8대의 서버를 통해 해킹됐는데 내용이 확인된 것은 4.7GB 분량인 5171개로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99.5%는 뭐가 해킹됐는지 모른다. 확인된 내용에는 자필 진술서, 채무증대 및 지급불능 경위서, 혼인관계증명서, 진단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금융정보, 병력기록 등 민감 정보가 포함됐다.

사법부 자료가 북한에 해킹된 것은 초유의 일인데 안타까운 것은 당시 보안장비의 상세한 기록이 삭제돼 최초 침입 시점과 원인은 밝힐 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 법원 전산망에서 악성코드가 감지돼 차단된 것은 작년 2월 9일인데 대법원이 자체 대응한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어 사건이 언론 보도된 작년 12월 5일에야 수사가 늦게 시작됐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늑장 대응하고, 여기에 허술한 보안 시스템까지 더해져 문제가 커졌다. 대법원은 작년 2월 악성코드를 탐지해 차단했지만, 자체 포렌식 능력이 없다. 자체 정보보호 능력도 취약해 자료가 유출된 것을 몰랐다고 한다. 보안업체가 북한 소행이 의심된다고 하자 그제야 국가정보원에 기술지원을 요청했는데 이미 자료는 털린 상태다.

법원 전산망에는 일반 시민,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검찰·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 금융당국, 국내외 기업 등이 제출한 자료가 쌓여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대법원은 인터넷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일부 판사의 정치화와 재판 지연으로 신뢰를 잃고 있는 사법부가 이젠 허술한 보안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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