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마켓파워]상법개정안도 삼양에겐 무용론…오너3세 전병우, 편법승계 논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26010014094

글자크기

닫기

김소라 기자

승인 : 2025. 12. 03. 18:28

전병우, 미성년 회사 설립으로 승계작업 밟아
비상장 개인회사와의 합병으로 지분 24.2% 확보
반복된 지주사 사명 변경·자사주 27.9% 활용 우려도
clip20251203182756
마켓파워 컷
최근 삼양식품의 오너3세인 전병우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등장했지만 승계 과정에서의 편법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전 전무는 과거 비상장회사를 세워 삼양식품의 지주사 지분을 취득했는데, 이같은 편법 승계 앞에선 정부의 상법개정안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비상장사를 세워 M&A(인수합병)로 승계를 이룬 오너일가들의 행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전무가 삼양식품의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2대 주주로 올라선 배경은 미성년 시절 세운 개인회사 덕분이다. 삼양식품의 최대 주주인 비상장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오너 일가가 절대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전 전무는 만 13세이던 2007년부터 개인회사를 설립해 지배력 기반을 쌓기 시작했다.

전 전무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이 개인회사는 삼양라운드스퀘어에 흡수 합병됐고 이 과정에서 별도의 지분 취득 비용 없이 지주사 지분 24.2%를 확보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재계에서 반복돼 온 전형적인 합병 기반 승계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이번 정부가 추진중인 3차 상법개정안도 삼양식품의 편법 승계 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자사주 의무 소각 의무화가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비상장사로서 자사주 소각에도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로만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향후 전 전무가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선 상당한 증여세와 지분 취득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 성과에 따른 자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이미 미성년 시절부터 비상장 개인회사를 세우면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이룬 전 전무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앞으로 삼양식품은 전 전무가 이끄는 오너경영 체제가 될텐데,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비상장사를 세워 10대때부터 승계작업을 해온 전 전무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전 전무는 만 15세때부터 자신이 세운 비상장사를 앞세워 삼양식품 지분을 취득한 후 상한가에 맞춰 시세차익을 누렸다. 만약 이번 정부들어 전 전무의 이같은 행위가 이뤄졌다면, 내부정보 이용 또는 단기매매로 시세차익을 챙긴 사례로서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는 상법개정안의 취지에 어긋나는 오너들의 승계 행태들이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 전무는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4.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994년생인 그가 수천억 원대 지주사 가치를 사실상 '무자본'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회사 '아이스엑스'였다.

아이스엑스의 출발점은 2007년 전 전무의 외조모가 설립한 '비글스'다. 비글스의 설립 당시 자본금은 5000만원 수준으로, 이후 'SY캠퍼스', '아이스엑스'로 사명을 바꿨다. 비글스는 전 전무가 100% 소유한 개인회사로 2009년부터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분 26.8% 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2022년 5월 10일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아이스엑스를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합병됐다. 아이스엑스 1주당 삼양라운드스퀘어 2.6862주를 발행하는 방식이었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정확히 따져볼 순 없지만 당시 아이스엑스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 자산 120억원 미만 등의 요건으로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었고 삼양라운드스퀘어는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817억원, 당기순이익 450억원이었다. 매출액 기준으로만 봐도 약 8배 이상 차이나는 두 비상장사가 합병하면서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주 이름에 전 전무가 24.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비글스로 출발해 15년만에야 주주로서 이름을 드러낸 셈이다.

비글스는 과거 삼양식품의 주주로도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전 전무는 삼양식품 주식 3만주(0.46%)을 보유한 수준이었는데, 그해 6월 삼양식품이 신주인수권부사채발행을 결정한다. 사채 권면 총액은 150억원으로 자금 조달 목적은 운영자금이었다. 두 달 후 전 전무가 해당 사채를 나우아이비캐피탈, KT캐피탈, 더케이손해보험,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7만여주 장외 매수한다. 취득 단가가 2만 372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채 매수 규모는 약 75억원 수준이다.

이후 2011년 2월, 전 전무는 취득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비글스에 1만5950원으로 매도한다. 이로써 비글스는 삼양식품 주식 47만여주를 보유할 수 있게 됐는데, 취득 비용 출처는 자기자금 5억6000만원과 하나은행으로부터 받은 9억6000만원의 차입금이었다. 재밌는 부분은 그해 말 삼양식품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자 비글스가 12만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의 신주인수권부사채발행 매수와 함께 비상장 개인회사를 세워 약 40억원의 차익을 누린 당시 전 전무의 나이는 만 15세였다.

문제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보유한 27.9%에 달하는 자사주가 지분 승계에 활용된다 해도 상법 개정안이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자사주는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쓰여야 한다. 하지만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주주구성을 보면 김정수 부회장(32.0%), 전병우 전무(24.2%), 전인장 명예회장(15.9%) 등 오너 일가로 구성돼 있다. 상법 개정안으로 자사주 의무 소각이 된다고 하더라도 3명의 오너 일가의 지분만 확대되는 격이다. 이번 정부는 오너 일가와 같은 대주주들의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삼양식품처럼 비상장사를 보유한 오너 일가들의 지분 승계는 막을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고 있는 오너일가의 편법 승계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합병해 자신의 지분을 높이는 오너 일가의 승계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면서도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사를 지배하는 오너 일가의 자사주 소각이나 승계를 촘촘하게 막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법개정안 시행으로 오너일가와 기업들이 윤리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선 김 부회장과 전 명예회장 등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을 가능성이 크다. 증여세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선 상당한 자금이 투여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당분간 전 전무에 대한 승계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전 전무가 불닭 브랜드 해외 확장과 중국 자싱공장 증설, 글로벌 마케팅 등을 주도하며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등기임원은 아니다. 특히 콘텐츠·신사업 법인인 삼양 애니는 최근 2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일부 사업은 성과가 미흡하다. 업계에서는 "경영 성과 기반 승계라는 명분을 확보하려면 추가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국민연금도 변수다. 국민연금은 삼양식품 지분 9.59%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최근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의결권 행사 가능 폭을 키웠다. 과거 김정수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전례를 감안하면 승계 관련 안건에서 견제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자사주 활용 관련 질문에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