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90% 생활비 중시…민주, 의회 조사·인사 인준권 확보
트럼프 외교 재량은 유지…한국 전작권·핵잠·LNG 투자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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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의 양원 다수당 탈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후반 국정운영이 의회 견제에 직면했다.
▲ FT는 선거에 앞서 트럼프 집권 첫 21개월을 행정권 확대와 군사행동이 겹친 격변기로 분석했다.
▲ 민주당은 관세·의료보험·전쟁정책과 인사 인준을 견제할 계획이지만 대통령 거부권이 제약 요인이다.
▲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는 전작권 전환·핵추진잠수함·알래스카 LNG 투자 등이 후속 쟁점으로 남았다.
미국 민주당이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 다수당을 동시에 탈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후반 국정운영이 의회 견제에 직면했다. 4일 오전 2시(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4시) 기준 상원은 민주당 측 54석·공화당 45석이 확보 또는 우세로 분류됐고, 하원에서는 민주당 233석·공화당 143석이 당선 판정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21개월을 미국 정부와 정치의 기존 관행을 뒤흔든 격변기로 평가했다.
◇ 유권자 90% 생활비 중시…이란 전쟁·관세에 대한 불만도 확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유권자 평가는 경제 문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AP통신과 주요 방송사들이 조사기관 SSRS에 의뢰한 7만9000여명 대상 조사에서 약 90%는 생활비를 투표의 결정적 또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약 3분의 2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물가를 높였으며 관세가 경제에 해롭다고 평가했다. 약 60%는 이란 군사행동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고, 75%가량은 전쟁을 주요 투표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 부패도 약 90%가 중요하게 평가했고, 약 70%는 의회의 대통령 견제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휘발유 가격 상승과 관세정책에 대한 불만을 민주당 승리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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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로 확인된 유권자 불만은 FT가 선거 전에 평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과도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첫날 1·6 의사당 난입 가담자들을 사면하고,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이어 캐나다의 미국 편입과 그린란드 영유권을 주장하고 가자지구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를 앞세운 연방정부 축소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체, 강경한 이민 단속도 추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 국가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했고, 4월 발표한 광범위한 관세는 미국 국채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F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감세 영구화와 복지 지출 삭감, 이민 단속·국방 예산 확대를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을 통과시켰다. 올해 1월에는 미군 특수부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다. FT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요원들이 미국 시민 2명을 사살한 사건도 이민 단속을 둘러싼 반발을 키웠다고 전했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대통령 권한을 극도로 폭넓게 해석한 점을 집권 초기의 핵심 특징으로 평가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2년도 되지 않아 290건 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8년간 291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76건과 맞먹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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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통치 방식에 대한 평가에서 이란 전쟁은 핵심 쟁점이다. FT는 지난 2월 시작된 전쟁이 8개월째 이어졌지만, 정권교체와 핵 프로그램 제거 등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미국과 중동 동맹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에너지와 생필품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FT는 해외 전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지했던 일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진영에서도 실망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NBC방송의 9월 조사에서 마가 자처 응답자의 93%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했다. 다만 '강하게 지지한다'는 비율은 봄철 71%에서 62%로 9%포인트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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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양원 장악은 이러한 행정부 정책에 대한 의회 감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 민주당은 내년 1월 3일 새 의회 출범 후 트럼프 가족의 사업과 가상화폐 거래, 이민 단속을 조사하고 상원에서는 고위 공직자와 연방 판사 인준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이끌 경우 금융·가상화폐 기업에 대한 청문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7명 중 3명을 임명했으며 추가 이사를 확보하려면 공석 발생과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WSJ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 이사직 임기가 2028년 초까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올해 초 만료된 건강보험개혁법(ACA) 보조금 복원과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공공의료 지원) 삭감 철회를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도 쟁점으로, 텍사스·조지아주 민주당 주지사 당선인들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의 한시적 중단을 요구해 왔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로버트 소킨 PGI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7년 부채한도 협상에서 심각한 교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고 한델스블라트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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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입법과 달리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델스블라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의 패배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란 전쟁을 격화하거나 다른 대외 군사행동을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이달 18~19일 중국 선전(深천<土+川>)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자 정상회담 개최를 협의하고 있다. 핵군축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지만, 회담 성사 여부와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대러 제재 완화를 추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별개로 양국의 경제협력을 모색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협상 지렛대가 약화되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력시설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곧바로 전환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델스블라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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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의 권력 교체는 한국과 미국의 현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의회에 동맹 협력을 중시하는 초당적 기반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압박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지난 6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전환 로드맵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승인에 대해서는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이 우려를 담은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의회 점검 사안과 구분되는 한국과 미국의 투자 이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투자 3500억달러(469조3500억원) 가운데 500억달러(67조500억원)가 이 사업에 투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미 공동 발표에는 해당 금액이 없으며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 확보 전 투자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했던 쿠팡 관련 한국 정부 압박도 하원 다수당 교체로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 기업 차별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