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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싱가포르 가스 공급 감축…산불 연무 갈등 속 ‘보복’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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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10. 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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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100만 입방피트 축소…"국내 전력용 가스 안정 확보 목적"
싱가포르 "일일 수요 2% 미만…비상계획 갖춰 에너지 비용 영향 제한적"
인니 에너지장관 "존중 않는 국가에 조치" 경고 이틀 만에 단행
APTOPIX In... <YONHAP NO-4957> (AP Photo/Yulianus Stefan Lundju)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 팔랑카라야에서 한 노점상이 산불로 인해 발생한 짙은 연무 속을 걸어가고 있다/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수요를 우선시하겠다며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천연가스 물량을 전격 감축했다. 인도네시아 산불로 발생한 연무 사태를 두고 양국이 갈등을 빚는 와중에 나온 조치여서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날부터 싱가포르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하루 3100만 표준입방피트(약 88만㎥) 줄였다. 인도네시아 석유·가스 상류부문 감독기관인 SKK미가스의 조코 시스완토 청장은 성명을 통해 리아우제도주 나투나에서 1500만 입방피트, 수마트라섬에서 1600만 입방피트를 각각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전력 생산을 위한 국내 가스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상황을 매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감축 대상은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현지 보도를 인용해 해당 두 지역의 가스관이 싱가포르로 직결돼 있어 싱가포르만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국 가운데 하나로, 2024년 한 해 동안 1453억 입방피트(약 41억㎥)를 수출했다. AFP통신은 이번 일일 감축분이 연간 공급 물량의 약 8%에 달하는 규모라고 추산했다.

다만 싱가포르 전체 수요에 비춰보면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에너지시장청(EMA)은 이번 감축분이 국가 전체 일일 가스 수요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EMA는 AF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수입업체들이 이번 공급 차질과 관련해 계약상 가능한 모든 구제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감축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이미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전체 전력의 95%를 천연가스 발전으로 충당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거나 세계 각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입하는 구조다. 여기에 EMA 역시 가스 중앙조달기관인 싱가포르가스코가 언제든 대체 수입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수마트라산 가스를 공급받는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가스서플라이 측은 인도네시아 공급사의 '일시적 감축'으로 고객사 공급에 일부 영향이 발생했다고 인정했으나, 전문가들은 감축 물량이 적어 싱가포르 내 에너지 비용에는 큰 파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ASIA-WEATHER/INDONESIA <YONHAP NO-0114> (REUTERS)
2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동코타와링긴현 페냥 마을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짙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국내 수요 충당이지만, 감축 결정 직전 인도네시아 수뇌부가 잇달아 주변국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낸 점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연무 사태와 관련해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를 모욕하길 좋아하는 나라들"을 맹비난했다. 이튿날인 22일에는 바흘릴 라하달리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이 국내 소비 우선 원칙에 따라 가스 수출 억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인도네시아를 '존중하지 않는' 국가에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감축은 해당 경고 이틀 만에 단행됐다.

양국 갈등의 도화선은 수개월째 진화되지 않고 있는 산불이다. 산림 감시기구 누산타라 아틀라스에 따르면 올해 1~9월 인도네시아에서 불에 탄 산림 면적은 190만㏊를 넘어섰다.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서 피어오른 짙은 연무로 인도네시아는 물론 인접국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동티모르의 대기오염까지 위험 수준으로 치솟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대책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산불에 책임이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가스 감축이 연무 갈등에 따른 보복 조치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급증하는 자국 내 수요를 이유로 수년 전부터 싱가포르행 가스 수출 축소를 추진해 왔으며, 2022년에는 공급 계약을 2028년까지 연장하되 물량은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에너지 부문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브로드스톡은 "이번 조치에 정치적 요소가 결부돼 연무 갈등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며 "정치적 배경을 결정적 요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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