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종전안 부족"…11월 3자 실무협상 수용
윗코프 "푸틴 인도주의자"…美 공화당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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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4년 넘게 구금했던 미국인 스티븐 허버드(74)를 수감자 교환 없이 석방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석방 대가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 러시아는 11월 10일 전후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실무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미국 종전안은 내용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 윗코프 미국 특사가 푸틴 대통령을 '인도주의자'라고 부르자 공화당 의원들이 반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석방 목적에서 나온 발언일 수 있다고 두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4년 넘게 구금했던 미국인 스티븐 허버드(74)를 석방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약 3시간 동안 회담하고 11월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실무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이 "아마도 지금이 가장 가까운 시점"이라고 밝혔지만, 크렘린궁은 미국이 전달한 종전안에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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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윗코프 특사와 회담을 시작하면서 "그는 풀코보 공항에 있다"며 허버드의 석방 사실을 알렸다. 윗코프 특사는 "대통령과 미국 국민 전체가 감사를 전한다"며 "당신 덕분에 그는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재러드 쿠슈너 미국 대통령 특사도 화상으로 회담에 참여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번 방문은 윗코프 특사가 종전 중재를 맡은 이후 아홉 번째 러시아 방문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허버드는 미국 미시간주 출신의 은퇴 교사로 2022년 4월 우크라이나 동부 이지움에서 러시아군에 붙잡혔다. 러시아 검찰은 그가 우크라이나 지역방위 부대에 가입해 군사훈련을 받고 매달 1000달러(132만7200원)를 받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법원은 비공개 재판에서 용병 활동 혐의로 징역 6년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허버드의 미국 측 변호인 마틴 데루카는 허버드가 전투부대나 군 조직에 속한 적이 없으며 혐의도 사실이 아니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허버드의 석방을 결정하면서 건강 상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말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석방을 직접 요청했다며 미국이 아무런 대가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어떤 것도 대가로 내줄 필요가 없었다"며 "수감자 교환은 필요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허버드의 아들 조지프 콜먼은 아버지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전화 통화를 했다며 목소리에서 행복감이 느껴졌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허버드는 21일 기준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인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부당 구금(wrongfully detained)' 피해자로 지정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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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사이버 범죄 대응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며 "아마도 지금이 가장 가까운 시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종전협상의 어떤 핵심 쟁점에서 타협이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허용하고 대(對)러시아 신규 제재를 유예했다. 그는 이날 "제재가 부과됐다면 그 협상은 완전히, 전면적으로 중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발언이 대러 제재 유예와 허버드 석방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 전쟁에 예상보다 영향력을 덜 행사한 데 대해서도 "아주 마음에 든다"며 "전쟁 종식 합의에 가까워지는 와중에 판을 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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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은 내 대통령인 트럼프를 자주 인도주의자라고 부른다. 당신 역시 인도주의자이며 나는 그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엑스(X·옛 트위터)에 "도대체 뭐냐, 스티브? '인도주의자'의 정의를 찾아보라. 정말 창피하고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주)도 "아니다. 푸틴은 냉혈한 살인자"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윗코프 특사의 발언에 대해 "종신형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을 풀어준다는 목적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면서도 "어느 쪽이든 딱히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아동의 러시아 강제 이송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허버드의 석방이 "분명히 좋은 일"이라면서도 "감옥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을 석방한 데 대해 러시아에 어떤 공로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 CBS방송에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인도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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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코프 특사는 러시아 방문 전날인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노르웨이·핀란드 정상,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및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전쟁 종식을 위한 공통의 기본 합의 틀과 종전 이후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했다.
윗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적 해결을 위한 여러 접근법을 담은 문서'를 전달하며 검토를 요청했다. 그는 오슬로 협의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윗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무 수준의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엑스에서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실무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시점으로 11월 10일 전후, 장소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거론했지만,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제안을 지지하며 가급적 11월 초에 협상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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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샤코프 보좌관은 윗코프 특사가 전달한 종전안에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슬로 협의에서 유럽과 나토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는 미국 측 설명을 들었지만, 러시아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푸틴 대통령이 현재까지 받아들인 양보가 협상 재개뿐이라고 진단했다.
◇ 미·러, 경유·AI 사업 협력 논의…미·중·러 정상회담도 추진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산 경유 거래 이행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경유 4만t을 실은 첫 유조선은 22일 미국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가디언은 합의에 따른 초기 공급 물량이 약 30만t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윗코프 특사는 경유 공급 합의에 감사를 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양국 경제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비료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며 경제협력 복원에 관심을 보였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이 대규모 경제 사업 가능성을 상세히 논의했으며 일부 사업은 실현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윗코프 특사는 에너지 사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협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거론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는 3자 정상회담 구상도 논의됐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중국 측이 회담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정상회담 한 번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3자 정상회담에 응할 의향이 있으며 핵 군축을 주요 의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강대국 간 종전 논의에는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주)은 우크라이나가 빠진 채 미·중·러 정상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하는 구상에 대해 "무모하고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대사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강대국 간 합의를 '신얄타회담'에 비유하며 미국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군은 회담이 열린 이날 저녁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주택과 주유소가 파손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