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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은 불황·조선은 中 추격…파업이 남길 ‘경쟁력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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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6. 09. 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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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상반기 영업익 43%↓…1.4조원 규모 요구안
120시간 파업 종료…내달 2일까지 교섭 공백 가능성
현중 108일 교섭 결렬…추석 이후 투쟁 예고
현재 생산 차질 없어도 장기화 땐 투자·협력사·납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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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포스코 노조
불황 속 철강업계와 중국의 추격에 시장 점유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조선업계가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경쟁력 하락이라는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특히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추석 연휴를 넘기면서 파업 분위기가 장기화로 넘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21일 오전 120시간의 2차 부분파업을 끝냈지만 회사와 추가 교섭을 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18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추석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현재까지 두 회사 모두 공장 가동 중단이나 대규모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공정 간 연계성이 높은 산업 특성상 협력업체 작업 일정과 고객사 납기, 미래 투자까지 부담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업익 4872억원 포스코에 1.4조원 요구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포항·광양제철소 열연공장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부분파업을 이날 오전 7시 종료했다. 지난 9~11일 48시간의 1차 부분파업에 이은 두 번째 쟁의행위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별도 영업이익은 48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7%, 월평균 영업이익은 약 81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별도 영업이익도 1조7804억원에 머물렀다.

조강생산량 역시 2023년 3568만2000톤에서 2024년 3504만8000톤, 지난해 3453만7000톤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포스코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각국의 무역장벽, 내수 부진이 겹친 현재 상황을 단기 불황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지만, 이미 국내 철강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불황의 사전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제시안은 기본급 2% 인상과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근속기념축하금 인상 범위 확대다.

포스코는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는 데 약 1조4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의 약 2.9배이자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79%다. 회사는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스마트 제철소 및 안전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현금 보상은 미래 투자 재원을 약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임금뿐 아니라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안전·복지 문제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포스코홀딩스에 지급하는 브랜드 사용료와 배당 등은 유지하면서 철강 부문 노동자와 국내 투자에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노조 선거도 변수다. 회사 안팎에서는 9~10월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가 최초 요구안을 고수하며 강경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노조는 높은 파업 참여율이 집행부 선거가 아니라 회사 제시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을 보여준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22일 오전 7시까지 회사의 추가 교섭 제안을 기다린 뒤 진전이 없으면 새 집행부가 선출되는 10월 2일까지 파업과 교섭을 중단할 방침이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현재까지 제한적이다. 고로와 제강·연주·발전·가스안전·소방 등 핵심 공정은 단체협약상 협정근로 대상으로 쟁의행위 중에도 가동된다. 회사는 가용인력과 단계별 비상대책을 투입해 감산이나 고객사 출하 차질 없이 조업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현금 보상 남발은 철강의 탈탄소 투자, 스마트 제철소, 안전망 구축 등 미래 필수 투자 재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래 지향적 비전이 없이는 철강업계의 내일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HD현대중공업, 108일 교섭 끝 결렬

HD현대중공업 노사는 6월 2일 상견례 이후 108일 동안 20여 차례 교섭했지만 기본급과 성과 배분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는 기본급 11만원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 약정임금 200%, 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다. 기본급 인상액에는 호봉승급분 4만7000원이 포함됐다. 회사는 최근 3년간 기본급을 연평균 6.2% 올렸고 이번 제시안의 조합원 평균 연간 총보상 효과도 약 3968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호봉승급분 별도 적용,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추산한 올해 영업이익 3조6280억원을 기준으로 30%를 단순 환산하면 약 1조884억원으로, 회사가 올해 계획한 주요 투자액 약 9640억원을 웃돈다.

노조는 장기간 조선업 불황을 견딘 노동자에게 호황의 성과를 돌려줘야 하며 일시금보다 불황기에도 유지되는 고정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조선업의 실적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호황기 이익을 기준으로 고정비를 늘리면 다음 불황기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 11일과 14~15일 4시간, 16~18일에는 7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현재까지 멈춰선 공정이나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中 수주점유율 85%…장기파업 땐 납기 부담

국내 조선업은 중국과 수주·생산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 세계 선박 수주점유율은 한국 7%, 중국 85%였다. 올해 1~8월 누계도 한국 16%, 중국 76%로 격차가 컸다. 한국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하는 만큼 물량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중국과의 생산성·가격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철강과 조선은 공정 간 연계성이 높아 일부 작업의 차질이 후속 공정과 협력업체 인력 배치, 고객사 납기로 번질 수 있다. 추석 이후에도 노사가 업황과 생산성, 경영성과를 반영한 보상 기준을 찾지 못한다면 두 산업이 받아들 '경쟁력 청구서'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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