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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민주당의 군홧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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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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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증명사진
이충재 정치부장
1980년 11월 5일, 추석연휴를 보낸 전두환 정권은 '정치풍토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정치쇄신법)'을 공포했다. 명분은 "정치적 혼란에 책임이 있는 자의 정치활동을 규제해 정치풍토를 쇄신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력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정치판에서 밀어내는 게 목적이었다. 선거 출마는 물론 정치집회와 다른 정치인의 활동을 돕는 것까지 틀어막았다. 군홧발로 정치를 짓누르던 시대의 단면이다.

최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밀어붙인 과정에서 집권여당이 보여준 행태는 '현대판 군홧발'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의혹을 제기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의원직 제명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은 그나마 '정치적 액션'이라고 눙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기득권 밖의 힘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드리워졌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김 전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려던 소액주주들이 기자회견장에 신분을 가리는 '가림막'을 세운 장면은 권력의 서슬 퍼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들은 신상이 털리고 조리돌림당하는 일이 두려웠다고 한다.

지난 보름간 권력이 제보자를 위협하고 의혹을 제기한 세력에 정치적 린치를 가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 석상에서 신약 로비 의혹을 제보했던 공익신고자의 성(姓)과 경력 등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까지 공개하며 "손실을 되찾으려고 온갖 짓을 한 인물"이라고 몰아세웠다.

여기에 김 전 후보자는 성추행·음주운전 등 추가 의혹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한 자신의 전직 보좌진을 만나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민주당 과방위 관계자가 김승원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 담당자에게 '기사를 왜 내느냐'고 항의했다"(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는 얘기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김민석 민주당 대표)라는 말로 국민의 목소리를 밟고 지나가려 했다는 점이다. 최근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김승원 임명 반대' 여론이 우세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선언이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게는 자료를 어디서 얻었느냐며 따지던 법사위원장이 정작 권력의 편에 서서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에도 "살신성인의 본보기"(박지원 민주당 의원)라며 상처받은 여론을 또 한 번 뭉개고 지나갔다.

진보 지식인을 자처한 사람조차 최고 권력자의 '신발 속 돌멩이'를 걱정할 뿐, 정작 권력의 군홧발 아래 놓인 힘없는 사람들에게 날아드는 돌팔매에는 침묵하고 있다. 치열한 자기반성은 차치하고 이 잔혹함을 거론하는 민주진영 인사조차 찾기 어렵다.

군홧발은 모양만 바뀌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집단적 조리돌림과 수사 압박, 정치적 낙인 등으로 교묘하게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비판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제보자를 겁먹게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짓밟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에 충분한 위협이다.

40여 년 전 정치쇄신법이 남긴 교훈의 핵심은 '권력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극도로 경계하고, 힘이 강해질수록 그 비판을 밟아버리려는 습성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토록 증오해 온 권력의 모습이 지금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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