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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손끝으로 겨룬 실력…장애인기능경기대회장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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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9.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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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한지공예부터 모바일앱·3D프린팅까지…41개 직종서 기량 겨뤄
발달·뇌병변 등 장애 특성 고려한 종목 운영…"창의성과 실력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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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한복 직종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김남형 기자
지난 16일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넓은 경기장 안 풍경은 구역마다 달랐다. 한쪽에서는 휠체어에 앉은 참가자가 모니터를 응시한 채 마우스를 움직였고, 몇 걸음 옮기자 바늘과 천을 앞에 둔 참가자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바리스타 경기장에서는 스팀 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의 손이 잔과 포터필터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몸을 움직이는 방식은 달랐지만 참가자들은 저마다 눈앞의 과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장 앞 안내판에는 선수들이 이날 실제 수행하는 과제가 적혀 있었다. 한복 종목에서는 전통 남성 예복인 사규삼을 안감 없이 한 겹으로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다. 옷본을 만들고 원단을 마름질한 뒤 바느질로 옷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한지공예에서는 팔각형 소반을 만들고 색한지와 전통문양으로 꾸몄다. 두 종목 모두 작업시간이 7시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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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화훼장식 직종에 참가한 선수가 꽃 위치를 두고 생각에 잠겨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화훼장식 경기장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조건이 붙었다. 야외 결혼식에서 키 170㎝인 신부가 사용할 부케를 만드는 과제가 제시됐고, 생화의 신선도를 일정 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도 평가 요소였다. 또 다른 과제는 정원박람회장 입구에 놓을 식물 장식이었다. 지급된 식물 대부분을 사용하면서 실제 이동이 가능한 작품으로 완성해야 했다.

도자기 종목에서는 화병 제작이 과제로 나왔다. 참가자들은 성형과 정형 작업을 거쳐 화병을 만들고, 작품 가운데 하나에는 '동백꽃과 바다'를 주제로 장식을 넣었다. 네일미용에서는 젤 프렌치 컬러와 젤 원톤 스컬프처, 젤 핸드페인팅 등 세 가지 과제로 손기술을 겨뤘다.

디지털 직종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모바일앱개발에서는 '그림판 모바일앱'을 만들었고, 3D프린팅에서는 소형 전자제품 배터리 커버를 설계해 실제 출력물로 구현했다. 참가자들은 2차원 도면을 작성하고 3차원으로 모델링한 뒤 프린터로 결과물을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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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도자기 직종에 출전한 선수가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웹디자인개발은 도서관 홈페이지, 전자출판은 2쪽짜리 잡지 내지 제작이 과제였다. 컴퓨터활용능력에서는 엑셀과 액세스를 활용해 '부산 스마트행사 물품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다. 영상콘텐츠 제작 참가자들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 전략'을 주제로 60초짜리 영상을 만들었다. 주어진 자료를 골라 메시지에 맞게 구성하고 편집해 하나의 영상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종목도 눈에 띄었다. 발달장애인이 참가하는 데이터입력에서는 문서 작성 능력을 겨뤘고, 뇌병변 중증 장애인이 참가한 워드프로세서에서는 한글과 영어 문서를 각각 작성했다. 제과제빵에서는 발달장애 참가자들이 '평화'를 주제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워드프로세서에 출전한 진승옥씨(47)는 첫아이 임신 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12년간 치료와 재활을 거쳤다. 이후 아산시장애인복지관에서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기 시작했다. 손의 움직임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 오타 하나를 수정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렸지만 반복해서 연습을 이어갔다. 올해 충남장애인기능경기대회 워드프로세서 부문에서 금상을 받아 전국대회 무대에 올랐다. 진씨는 "엄마는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일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고 딸에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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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모바일앱개발 직종에서 한 참가자가 휠체어에 앉아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데이터입력에 출전한 최혜성씨도 자신의 강점을 살려 전국대회를 준비했다. 최씨는 하루 5시간씩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는 연습을 반복했고, 한글 ITQ 자격시험에서는 500점 만점으로 A등급을 받았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데이터 입력에 오류는 제로, 정확도는 100%를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시각디자인에 출전한 가승훈씨(26)는 세 번째 도전 끝에 다시 전국 무대에 섰다. 2024년 전국대회에서 4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지방대회에서는 탈락했다. 이후 디자인 기초부터 다시 점검하고 다양한 디자인 흐름을 공부하며 반복 실습을 이어갔다. 올해 지방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다시 전국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가씨는 "청각장애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디자인은 창의성과 실력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분야"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시각디자인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취업에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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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바리스타 직종에서 한 참가자가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이번 대회는 15일부터 18일까지 벡스코와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등 3개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참가 명단에는 시·도 대표 선수 477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규 19개, 시범 13개, 레저·생활기능 9개 등 모두 41개 직종이 마련됐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1981년 17개 직종, 210명 규모로 시작했다. 올해는 참가 명단 기준 직종 수가 41개로 늘었다. 한복·귀금속공예·가구제작 같은 전통 직종부터 모바일앱개발·3D프린팅·영상콘텐츠 제작 등 정보기술 분야까지 경기 범위도 넓어졌다.

입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해당 직종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필기·실기시험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대회에서는 내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제11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도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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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제과제빵(발달) 직종에 참석한 선수가 케이크 장식을 만들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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