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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발행자 자격 및 은행 지분 △준비자산 구성·도산절연 △환매권 및 환매기한 △금융위·한국은행의 권한 배분 △해외 스테이블코인 국내 규율 등 5가지로 압축된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발행 주체다. 은행권과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원화와 연동되는 만큼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측면에서 은행 중심의 제한적 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은행 발행을 전면 허용할 경우,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담보할지가 또 하나의 쟁점이 된다.
반면 핀테크와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은행에 발행권을 사실상 독점시키면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중심의 과반 지분 구조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핀테크·플랫폼·블록체인 사업자의 독자적인 사업모델 개발과 시장 진입이 제약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은행 중심 발행이 금융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논리에는 일리가 있지만 은행의 과반 지분을 법률로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과 준비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비은행 사업자도 충분한 자본금과 인가 요건, 준비자산 규제를 충족한다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것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준비자산이다. 스테이블코인이 1코인당 1원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이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금과 은행 예금, 국채 등 어떤 자산까지 준비자산으로 인정할지를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 이영하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가치 고정성에 있으며 이 신뢰의 핵심은 준비자산의 투명한 보관과 관리에 있다"며 "발행잔액의 100% 이상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원칙을 바탕으로 원화 현금과 단기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중심으로 준비자산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준비자산을 발행사 자체 자산과 분리해 제3의 전문 수탁기관에 보관하고, 발행사가 파산하더라도 이용자가 우선적으로 환매받을 수 있도록 '파산절연'과 이용자 우선상환권을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세 번째는 환매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용자가 필요할 때 언제든 1대1로 원화로 바꿀 수 있다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발행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파산할 경우 이용자의 환매권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핵심이다. 거래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거래하는 이용자가 발행사까지 직접 환매를 요청해야 하는지, 거래소에서도 환매가 가능하도록 할 것인지도 제도 설계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감독체계 역시 중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인 동시에 결제·지급수단의 성격을 갖는 만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사이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이다. 금융당국은 발행자 인가와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 등을 중심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반면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와 금융안정,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디지털자산과 관련한 금융감독·지급결제·외환·산업정책 등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기관의 소관과 맞물려 있는 가운데, 이를 조정할 정책심의 기구의 설치 방식도 법안마다 다르다. 민병덕 의원안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두도록 한 반면, 최보윤 의원안은 금융위원회 소속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강일 의원안은 위원장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맡도록 하는 등 법안마다 정책조정 기구의 위상과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마지막 쟁점은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국내 규율이다.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높은 자본금과 준비자산, 공시 의무를 부과하면서 USDT·USDC 등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허용할 경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해외 스테이블코인에도 국내 발행자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면 국내 거래소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국내 발행자만 엄격하게 규제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해외 발행사의 국내 유통 과정에서도 준비자산 공개와 환매 체계, 국내 이용자 보호장치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여전한 데다, 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거쳐야 할 절차도 적지 않다. 정부 의견을 반영한 당정 통합안이 발의되면 기존 의원안들과 함께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거쳐 대안을 마련한 뒤,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령과 감독규정 마련, 발행자 인가 기준 확정, 전산 시스템 검증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문위원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은 50% 이하 수준"이라며 "실제 입법 시점은 2027년 상반기 이후로 이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법 통과 이후에도 시행령·감독규정 마련과 준비자산·수탁체계 구축, 발행자 인가 심사 등을 고려하면 최소 12~18개월의 후속 정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첫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공식 발행 시점은 2028년 상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