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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생 절반 정신 병력”… 치료·교육 이중고 시달리는 소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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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5. 06. 17:50

[르포] 서울소년원
선별검사 결과 관심·치료군 40% 육박
돌발 행동에 직원 투입·수업 중단 반복
전담시설 부족… 교과교육 차질 불가피
과밀·인력난 겹쳐 재사회화 기능 흔들

"정신과적 치료 경험이 있는 원생이 많이 늘었다.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소년 한 명이 돌발 행동을 보이면 직원 3~4명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 일과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지난달 29일 서울소년원에서 만난 교정 공무원들은 소년원의 현 상태에 대해 이같이 입 모았다.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소년을 치료할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 아니지만 이들을 담당하다 보니 정작 '교육'과 '재사회화'라는 소년원 본 목적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소년원은 소년범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이다. 소년범은 연령에 따라 만 10~14세 미만인 촉법소년과 만 14~19세 미만인 범죄소년 등으로 구분된다. 범죄소년은 죄질에 따라 성인처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반면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1~10호의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이 중 8~10호 처분을 받은 소년들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2년동안 소년원에 송치돼 머무른다.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소년원 입원생 163명 중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원생이 정신과 병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원 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통해 관심·치료군을 부여받은 학생은 40%에 육박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 원생은 40여 명(약 2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33%였던 소년원 내 정신질환 병력 보유 소년 비율은 지난해 말 50%까지 증가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정신질환 소년원생 치료·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소년원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은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통해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서울소년원은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교과교육 중심' 기관이다. 즉, 치료가 아닌 교화와 재사회화를 위한 기관인 것이다. 현장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관리가 병행되지 않을 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달부터 일부 소년원에 입원생에 한해 원격 의료 진료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지만 전담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 많아 여전히 학생 개개인을 세밀히 살피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소년 가운데 치료 관련 처분이 필요하나 서울소년원에 입원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해당 소년들을 담당하는 기관은 전국에 대전소년원 한 곳뿐이다. 대전소년원 출원생의 경우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나 지정 병원이 적어 이를 늘리는 내용의 법률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아울러 소년원은 과밀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서울소년원의 월별 일일 평균 수용인원은 정원의 103%에서 최대 134%까지 기록했다.

직접 방문한 소년원 내 교육관에는 원생이 가득찬 모습이었다. 중학교 교실 2개와 고등학교 교실 3개에 각각 많게는 40~50명의 원생이 들어가야 했다. 생활관은 1~3인실까지 구성돼 있으나 넘쳐나는 수용률로 3인실 침상 사이에 매트리스를 깔아놓고 최대 5인이 생활하고 있었다.

관리 인력 부족 역시 문제다. 이날 기준 원내 직원 수는 정원 91명보다 6명 모자랐다. 정원율이 93%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기준 전국 10개 소년원 수용률은 114%를 기록했다. 10곳 중 수용정원 대비 현원을 초과한 곳은 부산·대구·광주 등 6곳이었다.

서울소년원에서 국어·영어·수학 등 일반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육 전문경력관은 5명에 불과하다. 체육 등 그 외 과목은 교육청 파견 교원에 의존하고 있다. 임상심리사는 두 명이며 이 중 한 명은 일반 교과 수업까지 병행하는 실정이다.

즉, 교원 한 명이 병가 등으로 업무 공백 상태에 놓일 경우 이를 즉시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교육부 장관 등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년원 교사는 단순 교과 지도를 넘어 아이들의 생활 전반을 함께하는 '담임'의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들은 칭찬과 격려를 경험하며 생활 태도와 행동을 바꿔나간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한 교사는 "모든 교직원이 각자 맡은 역할 이상의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원생이 많다 보니 아이들 개개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에 비례한다"며 "'힘의 서열'에 따른 위계질서가 형성되곤 하는데 원생이 적으면 자연스럽게 교사에게 집중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재정적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고 소년원을 증설하려 하더라도 '왜 죄를 지은 아이들에게 재원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국민적 인식이 남아 있는 데다 소년원이 기피 시설로 여겨져 원활한 진행이 불가한 상황이다.

한 보호사무관은 "소년원생은 잘하고 못하고를 나눠 따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결국 원래 있던 학교와 사회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이어갈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을 충분히 관리할 환경이 조성되면 아이들도 원내 생활에서 자신의 잘못을 보다 깊이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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